“대내외 환경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제대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본연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국정공백 사태에 대해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이 사실상 야당의 겨냥한 ‘작심발언’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비협조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인한 대치정국의 주된 이유라는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된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야 협상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청와대가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면서 사태가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 朴대통령, ‘사심없이’·‘정의 실천’ 등 언급하며 野 지도부 비판

박 대통령은 이날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설교를 언급하면서 “하나님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권세를 주신 것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중한 말씀을 주셨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사심 없이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할 때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의 새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근의 안보·경제 위기와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 등을 말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에게 권세를 주신 것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것’, ‘사심 없이 오직 국민만 생각하면서’ 라는 문구를 쓴 것을 주목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대상이 치칭되지는 않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면서 박 대통령의 미래창조과학 구상을 반대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KBS·MBC 등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야당 지도부의 사심에서 비롯됐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전날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청와대는 박 대표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특별정족수안 마련 ▲언론청문회 즉시 시행 ▲MBC 김재철 사장 검찰 조사 실시 및 사장직 사퇴 촉구 선결 조건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춘추관 브리핑 당시 민주당 제안에 대해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고 있는 증거"라면서 "말이 안되는 제안이자 정당성도 없다"고 비판했었다.

◆ 청와대 중심의 비상국정운영 가동···“사태 장기화 염두에 둔 듯”

최근 박 대통령의 행보도 청와대가 강경 흐름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부터 수석비서관 회의 형태의 일일 상황점검회의를 통해 비상국정운영을 가동하고 있다. 각 수석 비서관실의 비서관들이 담당 부처를 지정해 각 부처의 국정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경제수석 브리핑을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예산의 60%를 집행하는 조기예산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특히 청와대는 조직개편 대상 12개 부처의 예산 140조원도 조기집행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전체 예산 중 조직개편과 관련된 예산이 140조원인데 이 것의 60%라고 하면 75조원 정도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런 부분들이 상반기 내에 예정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우선집행조치를 완료해 놨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에게 사실상 업무개시를 지시한 것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장관 내정자는 지난 6일 오후 구미 염소가스 누출사고 발생 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에는 전남 진도 앞바다 어선 침몰사고 수습현장인 목포항을 찾아 사고경위를 청취하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박 대통령의 행보는 야당의 비협조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가 늦어지더라도 최대한 정상에 가까운 국정을 펼쳐보이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야당의 협조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