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리얼라이즈 픽처스 대표

작년 11월 11일로 기억한다. 런던 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드2' 촬영 현장을 방문했다. 그날은 마침 이병헌의 촬영 분량도 있었고, 그 전날 런던 한국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 초대된 '레드2' 제작자 로렌초 디 보나벤투라와 감독 딘 패리소트에게 촬영장 방문을 허락받아 놓은 터였다.

'광해' 시사회에 참석한 '레드2' 제작진과 출연진은 밤늦게까지 남아 '광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즉석에서 촬영 현장 방문을 요청했다.

브루스 윌리스와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이 다음 날 촬영 일정 때문에 일찍 귀가하는 바람에 그들의 관람소감을 직접 듣지 못해 서운하기도 했고 이런 기회에 그들과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싶었다.

다음날 런던 시내 호텔 촬영 현장.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브루스 윌리스는 이병헌을 두 팔을 벌려 안아주며 반겨주었다. 스태프는 박수를 보내고, 악수를 청하며 성공적인 시사회를 축하해 주었다. 우리 일행은 예상 밖의 환대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존 말코비치는 류승룡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더니, 그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연기는 최고였다!(Your acting was fantastic!)"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연기자들은 연기자를 잘 알아본다. 그들은 '광해'를 통해 액션 스타로만 알려졌던 이병헌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고, 류승룡이라는 또 다른 놀라운 배우를 발견한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연기자 최고의 미덕은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두말하면 잔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