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공부는 방학을 활용, 해외에서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돌아온 중고생 3인을 만났다. 알토란같은 정보 검색으로 전 일정을 무료로 소화해낸 이들은 하나같이 학교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파’였다. 이들의 사연을 거울 삼아 올 여름방학 땐 각자 근사한 ‘무료 해외 교육 투어’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겠다.
중국 상하이 창업 탐방 이정은양 | 국제금융의 메카서 ‘마케팅’에 눈뜨다
이정은(고양국제고 3년)양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별다른 꿈 없이 지내던 여고생이었다. 하지만 매일 학교 복도 게시판을 들여다보는 사소한 습관이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놓았다. 우연히 한국산업기술대 창업지원단이 개최하는 '2012년 청소년 해외 창업탐방' 참가자 모집 공고를 발견한 것. 출국 여부는 '중국 상하이 시장에서 성공할 창업 아이템' 계획서로 가려졌다. 이양은 상하이 현지 날씨까지 조사하며 꼼꼼히 준비한 영어학원 사업계획서 덕분에 지난해 8월 30일부터 3박 4일간 상하이에 머무를 수 있었다.
"현지에 가보니 제가 조사했던 것과 많이 달랐어요. 당초 영어학원을 짓겠다고 계획한 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압구정동 수준으로 땅값이 비싸더라고요. 사업 구상에서 시장 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죠." 그는 상하이 도착 직후 일정 내내 발로 뛰며 정보를 캤다. 같은 팀이었던 조원 네 명과 새로 준비한 사업 아이템은 '고가 유아용품 대여업'이었다.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이 상하이 유아용품 시장 고급화를 견인하리란 예측에 따른 결정이었다. 백화점 등을 돌며 조사하는 과정에선 학교에서 배운 중국어 실력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그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결국 이양이 속한 팀은 전체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상하이 연수 이전엔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한참 후진국'이란 선입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상하이 마천루를 접하곤 입이 떡 벌어졌죠. 이번 여행을 계기로 제겐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마케터'란 꿈이 생겼습니다. 꿈이 확고해 그런지 공부도 더 잘 돼요."
유럽 4개국 돌며 교과 체험 장하림양 | 지구과학 교과서 속 장관이 눈앞에!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던 지난해 7월, 장하림(부산 장안고 3년)양은 "고리원자력본부 주최 '주변지역 우수 중고생 대상 해외문화체험'에 지원해보지 않겠느냐"는 학교 측 권유를 받았다. 지원 자격은 '고교 2학년 1학기 성적 우수자'였다. 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4개국을 10박 11일간 돌아보는 일정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장양은 원자력 관련 상식을 묻는 시험과 토익 형식의 영어 시험을 잇따라 치르고서야 지난해 8월 1일 유럽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접하던 로마 콜로세움(이탈리아)과 파리 루브르박물관(프랑스)을 방문한 것도 물론 인상 깊었다. 하지만 장양의 머릿속엔 스위스 만년설과 이탈리아 폼페이 화산 유적이 더 깊이 각인됐다.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가 되면 얼마나 압도적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덕분이다.
그의 꿈은 과학자다. "'과학콘서트'(동아시아) 저자 정재승(40) 카이스트 교수처럼 과학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삶에 스며든 과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죠."
3박 4일 일본 홋카이도 여행 김영일군 | '어느 나라든 배울 점 있다'는 것 깨달아
김영일(울산 학성중 3년)군은 지난 1월 21일부터 3박 4일간 '2013 울산 남구 청소년 해외문화탐방' 참가자 자격으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아바시리시(市)에 다녀왔다. 김군이 사는 울산 남구는 고래 서식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지난해 4월 아바시리시와의 우호교류 협정 체결, 그에 이은 이번 탐방 성사 역시 두 지역의 특별한 인연 덕분에 가능했다. 김군은 지난해 2학기 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아 학교 추천 대상이 됐다. 이후 자기소개서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탐방단에 합류했다.
김군의 일정은 이정은·장하림양에 비해 관광 비중이 큰 편이었다. 아바시리 감옥 박물관과 오타루 운하 등 현지 명소를 둘러봤고 온천·유빙 등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생애 첫 해외 나들이'는 그에게 적잖은 교훈을 던졌다. "저도 모르는 새 '일본 것은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초밥·우동 등 현지에서 먹은 일본 음식 맛이 정말 훌륭하더라고요. 호텔에서 나눠주는 유카타(평상복으로 입는 일본의 전통 의상)도 생각보다 편했고요. 어떤 나라든 배울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김군은 이번 여행에서 돌아온 후 '외국계 기업 입사'란 새 목표를 갖게 됐다. "앞으로도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주변 일에 관심 갖다보면 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기겠죠? 틈 날 때마다 자주 바깥 세상을 둘려보며 제 자신을 단련시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