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학 연산문제만 풀던 아이에게 물풍선과 1.5L 페트병 2개, 레고 블록을 주고 '내부 부피가 1L 되도록 레고 블록을 조립하라'는 과제를 준다면 그 아이는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충국(50) CMS에듀케이션 대표의 질문을 듣고 있던 세 엄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지난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막연하게 짐작만 하던 '융합(STEAM)형 교육'의 실체를 새삼 실감한 것이다. 실제로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상당수는 이 같은 교육 변화를 따라잡을 일이 막막해 한숨만 내쉬는 게 현실이다. 지난달 22일 초등 5년생 자녀를 둔 박혜숙(42·서울 송파구)씨, 성정은(40·서울 강남구)씨, 이영옥(38·서울 서초구)씨가 10년 이상 융합형 수학 교육을 실천 중인 이 대표를 찾아 '융합형 인재로 자녀 키우는 비결'을 물었다.
◇영화 한 편에도 교육 소재 '무궁무진'
융합형 교육 실시 방침이 발표된 후 대부분의 학부모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표정이다. 융합형 교육이 학교 수업에서 잘 이뤄질지, 가정에선 이를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지 근심스러운 탓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 융합형 교육이 이제라도 국내에서 시작되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장 요즘 우리 생활만 봐도 '(기술·분야 간 융합으로 탄생한) 스마트폰'이 삶을 지배하고 있잖아요. 지금 초등생인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미래엔 '융합형 인재'가 사회 전반을 좌우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 시험 문제 몇 개 더 맞히고 '○○대 진학'만 바라보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융합형 교육을 실천해 '유연한 사고'를 가진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부모가 가정에서 융합형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 대표에 따르면 영화 한 편도 좋은 융합형 교육 소재가 된다. 예를 들어 자녀와 영화 '해운대'(2009)를 봤다고 하자. 대다수 부모는 아이에게 간단한 관람 소감 정도만 묻는 데서 그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 영화 한 편에서 △CG(Computer Graphics) 제작 원리 △쓰나미와 (쓰나미의 원인인)지진의 발생 원인 △지진 크기에 따른 쓰나미의 속도 변화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쓰나미 경보 알람 작동 체계 등 '생각할 거리'를 무한대로 끄집어낼 수 있다.
◇자기 의견 자주 표현하도록 유도해야
자녀가 특정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와 연관된 계획을 자주 세워보도록 돕는 것도 권장할 만한 지도법이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좀 사 와" 같은 일방적 명령을 "간식으로 뭘 먹으면 좋을까?"란 질문으로 바꾸는 게 융합형 교육의 첫걸음이다. "미국에선 방학 때 학생들에게 '15박 16일짜리 여행 프로젝트'를 숙제로 냅니다. △목적지 △총 여행 거리 △이동 방식(자전거·자가용·도보 등) △여행 기간 중 필요한 연료와 음식의 양 등을 직접 계획, 계산하게 하는 방식이죠. 과제 하나에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교과 내용이 융합된 겁니다. 이런 방식을 응용, 아이에게 '50만원 예산으로 가고 싶은 장소를 골라 4박 5일짜리 여행 일정을 짜보라'는 과제를 줘보세요."
융합형 교육에서 이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독서'다. 그는 "독서는 융합형 교육을 가능케 하는 바탕이 되므로 인문학·자연과학 간 융합이 일어나도록 독서 계획을 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박혜숙씨는 "아이가 수학·과학 책만 '편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박씨에게 '문화 체험을 통한 호기심 자극'이란 해결책을 제시했다. "수학·과학만 좋아하는 아이 중엔 자기 생각에만 골몰하는 경우가 많아요. 뮤지컬·콘서트·영화·연극 관람 등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 갖도록 도와주는 게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