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민생과 안보를 무기로 정부조직법 개편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장관도 전원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민생·안보,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보도진이 퇴장하지 않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내 들었다. 발언 시작부터 "오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 회의에도 참석 못 한다는 것이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신설안을 담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어, 김 실장이 정식으로 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곧이어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하는 것인데"라며 물가 대책과 민생 경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여론의 도움을 받아 정부조직법 개편을 관철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민생과 안보 위기 상황을 부각하고 그것을 통해 여론이 야당을 압박하게 해서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은 "대통령이 일부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조직은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을 펴기 위한 기본 틀"이라며 "야당 뜻에 따라 이리저리 양보해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라고 했다.
◇"다음 주 국무회의 안 할 수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수석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에도 국무회의를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 첫 국무회의는 지난 26일 열려야 했지만 정부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무산됐다. 윤 대변인 말은 다음 주에 예정된 3월 5일 국무회의도 '정부 조직이 확정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벼랑 끝 전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나 윤 대변인의 말은 상황의 급박성을 최대한 전달하자는 것이지,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박 대통령이 실제로 국무회의까지 보이콧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수석 회의 비공개 부분에선 "장관이 임명되지 않았다고 물가 상승 움직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각 부처를 단속하라"며 "민생 정책이나 안보 상황 대처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적으로는 야당을 압박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각 부처 공무원들을 다잡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장관 임명도 '정면 돌파' 의지
박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된 장관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 후보자 한두 명에 대해선 낙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그만두게 할 후보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은 인준 표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가 반대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