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균형의 빛깔을 택했다."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취임일 의상을 두고 패션 전문가들은 이렇게 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하루 다섯 가지 옷을 선보였다. 첫 행사였던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 때는 검은색 패딩 외투에 검은색 바지·구두 차림이었다. 전문가들은 "추모의 예를 갖추기 위한 옷"(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 "평소 입던 대로 소박한 차림을 추구했다"(안수경 크리에이티브팩토리 디렉터)고 했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5색 패션. (왼쪽부터) 국립현충원 참배 땐 검정 패딩 코트, 취임식에선 올리브그린 재킷, 광화문광장 행사에선 붉은 두루마기 한복, 청와대 외빈 접견 땐 초록색 정장 재킷, 청와대 만찬에선 붉은 치마저고리를 각각 입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회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선 금색 단추가 달린 올리브 그린 재킷에 연보랏빛 머플러를 두른 모습이었다. 현충원 귀빈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가슴엔 칠보(七寶) 공예로 만든 나비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 전문가들은 "재킷의 차분한 초록빛은 조화와 균형의 의미를 담은 빛깔"이라고 했다. 강진주 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성 리더들이 주로 입는 무채색 계열과 많이 다르다. 강하고 단호한 인상보단 친근하고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주려고 한 듯하다"고 했다. 안수경 디렉터는 "초록은 조화를 상징한다. 갈등을 넘어선 화해와 상생을 꾀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비 브로치에 대해선 "희망과 부활, 미래를 향한 비상을 보여주려 한 것"(간호섭 홍익대 패션학과 교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취임식 행사를 마친 박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에 들러 김영석 디자이너가 제작한 매화 무늬가 새겨진 붉은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속에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팔보(八寶) 무늬가 새겨진 푸른 빛깔이었다. 김영석 디자이너 측은 "국민에게 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한복에 매화 문양을 새겼다"고 했다.

오후에 청와대 본관에서 첫 집무를 한 박 대통령은 검정 단추가 달린 초록색 정장 재킷에 검정 바지 차림이었다. 진주 목걸이도 했다. 안수경 디렉터는 "역시 초록색으로 안정과 조화를 꾀했다. 리더십과 여성성을 함께 보여주는 옷차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외빈 초청 만찬에서는 다시 김영석 디자이너가 만든 붉은 치마저고리를 입었다. 김 디자이너 측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를 옷깃에 새겼다"면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당당한 기품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전문 컨설팅을 받지 않고 직접 옷을 고른 듯 하다", "액세서리 크기만 달리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