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다 주고, 인체 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제 아들은 '안병요'입니다."

한승희(58)씨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1년 전 먼저 보낸 아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발음했다. 작년 2월 19일 일자리를 찾던 한씨의 큰아들 고(故) 안병요(당시 31세)씨는 갑작스레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10여년 전 숨진 아버지의 기일과 같은 날이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안씨는 뇌가 부은 채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1주일 뒤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레 닥쳐온 비극에 가슴 치며 슬퍼하던 한씨에게 의사들은 "아드님 장기와 인체 조직을 기증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인체 조직 기증 운동 홍보에 나선 한승희(사진 왼쪽)씨와 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한씨의 큰아들 안병요(사진 오른쪽)씨.

한씨는 "아파하다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곱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지만, 아들의 몸 한구석이 이 땅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았다"면서 "마냥 아이 같던 둘째 아들도 형을 그렇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달 25일 안씨의 장기와 뼈·피부·연골 등 인체 조직 수십 개가 기증됐다.

아들을 떠나보낸 지 1년이 가까워지던 지난 1월 25일 한씨는 둘째 아들과 함께 서울의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를 찾아 "내 아들이 한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함께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한씨는 "한국에서 유통된 인체 조직 대부분이 수입된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더 많은 이들이 인체 조직을 기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요즘 한씨는 인체 조직 기증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한 아름 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경남 하동의 펜션에 비치해놓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손님들에게 인체 조직 기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하기를 낯설어하는 문화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단 한 사람의 관심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씨는 아들의 조직을 기증받은 이들에게 "내 아들의 피부와 뼈를 받은 분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밝고 건강하던 내 아들처럼 살아가시라고 늘 기도하고 있다"며 "자신보다 힘든 이들을 생각하며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인체 조직 기증은 사후에 피부·뼈·혈관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된 조직은 가공·보관을 거쳐 장애가 있거나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이식된다. 1명의 기증자가 최대 100여명의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