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중간에 있는 시장(市長) 관저 화장실을 올레 탐방객들에게 개방하겠습니다. 언제든 찾아주십시오."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의 마에다 슈지 시장은 '규슈올레' 기리시마·묘켄 코스 개장을 앞두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8~21일, 규슈관광추진기구와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기리시마를 비롯해 나가사키현의 히라도 코스, 구마모토현의 아마쿠사·마츠시마 코스, 미야자키현의 다카치호 코스를 새로 개장했다. 규슈올레는 제주올레 브랜드가 그대로 수출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로 지난해 2월 4개 코스가 열린 데 이어 1년 만에 8개 코스로 늘어나게 됐다. 제주어 '올레'가 사용되며 코스 개발 자문 및 길 표지 디자인을 제주올레 측이 제공했다.
규슈올레 개장 후 관광객이 증가하자, 규슈 지자체들은 앞다퉈 올레길 선정에 뛰어들고 있다. 2012년 개장한 4개 코스에 지난 1년 동안 1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던 시골마을에 관광객이 오자 지역 주민들은 반색했다. 폐업했던 식당과 상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 지자체들의 신청이 줄을 잇자 규슈관광추진기구는 7개현에서 각각 3코스씩 추천을 받았다. 관광추진기구는 제주올레와 공동으로 현의 추천을 받은 21개 코스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실사를 통해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찾았다. 내국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관광지가 탈락하는가 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시골 마을이 선정되기도 했다. 관광추진기구는 제주올레에 자문해 이름있는 '빠른' 관광지에 가려져 있던 시골마을의 '느린' 풍경과 이야기를 끌어냈다. 관광추진기구 관계자는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추가 코스가 확정되자 선정된 지자체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1500년대에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과 해외무역을 시작한 히라도에선 네덜란드 상관(商館) 등 개항기 건축물과 에도시대에 축성된 히라도성(城)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일본에선 보기 드문 기독교 건축물도 눈에 띈다. 자비엘 기념교회는 근대 개항장의 이국적 풍모를 더한다.
일본 건국신화의 배경인 다카치호의 코스는 다카치호 주상절리 협곡에서 시작된다. 신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협곡의 신사(神社)들을 지나면 탁트인 마루오노 차밭이 나온다. 기리시마·묘켄 코스는 울창한 산림과 높이 36m의 이누카이노타키 폭포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일본 최초로 신혼여행을 왔던 온천거리가 있다. 아마쿠사·마츠시마 코스는 한적한 어촌마을 사이 빽빽한 대나무숲 사이로 이어진다.
규슈올레를 찾는 관광객은 한국인뿐이 아니다. 규슈관광추진기구 히데노리 후지키 부본부장은 "지난해 올레코스를 찾은 관광객 중 일본인은 30%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새로 개장한 코스를 둘러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코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길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