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감사하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그때 도와주신 성금과 자원봉사, 위로가 저희(유족)들이 살아가는 힘이 됐습니다."
17일 오후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당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지하2층 '통곡의 벽'. 황순오(44)씨가 아들 석문(15)군과 딸 수현(6)양을 데리고 들어섰다. 새까맣게 그을린 벽, 녹아버린 공중전화 부스를 본 수현양이 "무서워"하며 멈춰 서니, 석문군이 "그러면 안 돼"하고 손을 이끌었다. 그러고는 황씨는 "어머니 애들 많이 컸죠?"하고 눈물을 훔쳤다. 이곳에서 어머니 김옥수(당시 56세)씨를 잃은 지 꼭 10년째.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황씨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그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던 내가 이웃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던 황씨는 사고 발생 직후 어머니 시신을 찾고 싶은 마음에 실종자대책위원회에 참여했다가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렇게 7년 6개월을 유족들과 함께 사고 수습에 매달렸다. 수년 동안 "회사로 돌아오라"고 권유하던 아버지는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그는 대신 생계를 책임졌던 아내와도 숱하게 다퉜다.
지난 2010년 8월 대책위 사무국장을 그만두고 대구의 한 사회적 기업에 취직한 그는 이날도 10주기 추모행사 준비를 돕고 있었다. 그는 "우리 사회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