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 위스키가 정작 스코틀랜드 경제에는 별 도움이 못 된다. 오히려 해외 기업과 외국 정부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이런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전했다. 오늘날 스카치 위스키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해외 기업들인 데다 이들이 유발하는 경제 효과도 스코틀랜드에서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정부의 경제 자문관이자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존 케이는 "2011년 전 세계 스카치위스키 소매판매액이 380억달러로 추산됐지만, 스코틀랜드가 인건비를 포함해 벌어들인 건 9억3000만달러 뿐"이라며 "스카치 위스키 수출로 벌어들인 돈 중에 스코틀랜드에 들어오는 건 극히 일부"라고 했다.
스카치위스키협회(SWA)에 따르면 스카치 위스키 시장에서 비(非)스코틀랜드 국적 기업들의 비중은 5분의 4에 육박한다. 영국 디아지오와 프랑스 페르노리카드와 같은 다국적기업이 스카치위스키 증류 공장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몇 남지 않은 '토종' 위스키 증류 공장 '글렌파클라스'를 운영하는 조지 그랜트는 NYT에 "20마일 반경에 35개의 증류 공장이 있다"며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이 스코틀랜드 국적이고, 전부 다국적기업의 소유"라고 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성장을 꾀한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미국. 지난해 9300만달러 가량의 판매고를 미국에서만 올렸다. 브라질 수출은 같은 기간 전년에 비해 48% 늘었다. 타이완 역시 45%, 베네수엘라도 33% 늘었다. 이들 국가에 수출하면서 관세를 지불해 해당 국가의 주머니를 채우고, 판매 차익은 다국적 기업이 독식한 셈이다.
디아지오나 페르노 리카르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스코틀랜드 내 일자리 창출에도 인색하다. 세계 최대 주류회사 가운데 하나인 디아지오는 스코틀랜드에 연간 1000만리터를 생산하는 대형 증류 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운영진은 10명에 불과하다.
스코틀랜드 정치권과 케이 이코노미스트는 다국적 기업에 국가의 대표적 자산인 스카치 위스키를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 이코노미스트는 스코틀랜드 내에서 생산되는 위스키 병당 1파운드 세금을 매기는 특별세를 제안했다. 패트릭 하비 스코틀랜드 국회의원은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별세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디아지오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반발한다. 피터 레드러 디아지오 스코틀랜드 지사장은 "디아지오는 50여곳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4000여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매년 6억달러 가량의 곡물을 스코틀랜드 농장주들로부터 사들이는 간접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며 "만약 특별세를 도입한다면 스카치 산업의 성장 불씨를 꺼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