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LA 경찰 크리스 도너를 추모하는 페이스북 팬 페이지.

자신을 해고한 경찰 동료에게 앙심을 품고, 경찰관 2명과 민간인 2명을 죽인 뒤 13일 숨진 채 발견된 미국 경찰관 크리스토퍼 도너(33)에 대한 동정론이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전직 LA 경찰 도너가 살해 용의자인데도 ‘정의를 추구한 진정한 영웅’으로 보고 있다고 CNN 방송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너 동정론자들은 7일 페이스북에 ‘우리는 크리스토퍼 도너의 편(We Stand With Christopher Dorner)’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으며, 현재 2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이들은 도너가 LA 경찰 내부의 부패를 폭로하려다 해고된 것으로 묘사한다. 한 네티즌은 “그는 ‘부패한’ 경찰을 죽였다.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He killed corrupt cops. Cops kill innocent people)”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네티즌들은 ‘(경찰은) 도너를 가둘 수 없다’는 글과 함께, 경찰과 교전 끝에 불붙은 은신처에서 죽은 도너가 이 은신처에서 말을 타고 뛰쳐나오는 사진을 합성해 올리기도 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모두 크리스 도너다’, ‘팀(team) 도너’, ‘크리스 도너와 혁명을’ 등의 팬 페이지들이 1000~4000명의 네티즌들로부터 추천 표를 받고 있다. 크리스 도너의 사진을 넣고 이름을 도용한 계정만 어림잡아 50여개가 넘는다. 크리스 도너를 추모하는 트위터 계정은 팔로워가 2000명이 넘었다.

도너는 3일 LA 경찰에 재직할 당시 자신의 상관이었던 랜디 콴의 딸과 그 약혼자를 살해하고, 7일에는 자신을 불심검문하던 경찰 차량을 공격해 경찰관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를 진압하는 작전에서 경찰 1명이 추가로 숨졌다.

LA 경찰은 그가 자신의 해고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08년 경찰에 재직할 때 피의자를 다루는 문제를 놓고 상관과 다툼을 벌인 것이 발단이 돼 해고됐다. 당시 그는 “상관이 정신분열증을 앓는 피의자를 발로 찼다”고 주장했지만, 상관은 “도너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LA 경찰은 자체 조사에서 도너의 위증(僞證)으로 결론지었다. 3일 딸과 사위를 잃은 LA 경찰 랜디 콴은 당시 조사과정에서 도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인 도너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LA 경찰이 “부패하고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LA 경찰 및 그 가족과 전쟁을 치르기 위해 그동안 내가 받은 무기 훈련, 폭파술, 법률지식, 생존술 등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0여명의 공격 대상자 명단도 공개했다. 3일 살해된 랜디 콴의 딸도 살생부에 올라 있었다.

도너에 대해 동정론이 이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의와 권위에 억압받은 희생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도너에게 투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영어교육과 마크 라몬트 힐 교수는 CNN 방송에 “도너가 많은 사람에게 ‘수퍼 히어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내 말을 오해하지 마라. 그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일은 끔찍하고 나쁜 행동”이라고 밝혔다.

LA 인근 한 오두막집에서 은신해 있던 도너는 13일 경찰과 대치하며 교전을 벌이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이 발사한 연막탄과 최루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고, 불에 탄 오두막집에서 도너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은 CNN 방송에 “발견된 시신은 도너의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그의 살생부에 오른 경관들에 대한 보호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