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4주기(16일)가 다가오면서 생명 나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장기 기증, 조혈모 기증과 함께 대표적인 생명 나눔으로 꼽히는 인체 조직 기증도 마찬가지다. 인체 조직은 피부와 뼈, 혈관, 인대 등 사망 후 인체에서 구득한 조직을 뜻한다. 화상 환자부터 정형외과 환자 등 연간 약 300만명의 생명을 살리고 치료하는 데 쓰이지만, 다른 생명 나눔에 비해 인지도와 기증률이 현저히 낮다.
국내에 인체 조직 기증을 알리는 데 주력해온 필자는 해마다 이런 '반짝 관심'이 반갑고도 씁쓸하다. 이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관련법 개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인체 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인체 조직이 필요한 환자가 급증하고,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이식 기술 또한 보편화되면서 2004년 제정됐다. 하지만 이 법이 오히려 인체 조직 기증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적 관리의 근간인 정부의 독점 관리와 재정 지원은 없고, 공공재로 다뤄져야 함에도 법 자체가 식약청에 위임되어 '상품'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내용 또한 '제품 관리'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인체 조직 기증은 숭고한 생명 나눔임에도 이런 시각이 결여된 현행법은 국민이 인체 조직을 살 수 있는 상품처럼 인식하게끔 왜곡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해 필요량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바 수입 이식재는 비용도 높고 안정된 수급도 보장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인간 세포, 조직, 장기이식에 관한 지침'에서 자국 내 인체유래물의 자급자족을 권고하고 있다. 혈액과 장기, 조혈모 등 이미 국가에서 독점 관리하고 재정을 지원받는 다른 인체유래물들과 함께 공공재로서 국가의 사회보건망하에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 방안을 도입해 자발 기증도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기증부터 이식까지 인체 조직 전반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이식재 자급률도 높아질 것이다. 국민은 그만큼 건강한 인체 조직을 낮은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20%대에 불과한 국내 자급률이 100%가 넘게 되면 수요 이외의 조직은 조직이식재 산업에 쓰여 미래 생명공학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 미래를 앞당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