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가명)이 이놈은 이제 3월부터 학교 가고요, 저기 지은(가명)이는 검정고시 준비하고…. 아, 동호(가명) 녀석은 요즘 꼬박꼬박 집에 들어갑니다. 기특하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경찰청 소속 학교지원경찰관(스쿨폴리스) 이상인(50) 경위는 자택이 아닌 서울 중랑구의 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10대 아이들의 세배를 받았다. 이들은 이 경위에게 절을 하더니 "빨리 세뱃돈 달라"며 왁자지껄 떠들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 드러누워 편히 쉬는 아이도 보였다.
10평 남짓한 이 컨테이너 박스의 이름은 '청소년 카페.' 이 카페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이 경위가 서울 동부교육지원청 등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것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 이곳에는 30명의 청소년이 모인다. 학교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거나 절도 등 범죄로 소년보호관찰소, 소년원 등에 수감된 전력이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 30명 중 지난 1년간 다시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 2011년 기준으로 보호관찰대상자의 재범률이 평균 11.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5%나 적은 수치다.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카페에 와서 따뜻한 밥을 먹고, 마음이 내키면 비누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 경위는 이 카페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떠들고 놀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위는 지난 1989년 경찰이 된 이후 10년 넘게 경제팀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무전취식, 무전게임 등의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오는 학생들을 자주 봤다. 그는 "경찰서는 왔던 아이들이 또 오는데, '왜 그럴까' 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그렇더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는 하기 싫고 자기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답답해서 소리라도 꽥 지르고 싶은데 그럴 장소도 없는 것"이라며 "편히 놀고, 어른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카페에 나오는 학생들은 원하면 천연 비누를 만들 수 있다. 한 개에 1000원짜리 비누를 만든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개당 500원씩 '아르바이트비'를 받는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이승민(가명·17)군은 이곳에 다니면서 기술학교에 다닐 결심을 했다. 지난해 특수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있었던 이군은 "이곳에서 밥도 먹고 친구들이랑 놀고, (비누 만들기로) 용돈도 번다"며 웃었다.
이런 변화를 알게 된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시내 30곳에 같은 형태의 청소년 카페를 더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는 예산 6억원을, 서울경찰청이 각 구의 치안센터를 장소로 제공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상담 프로그램과 인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중랑구 사례처럼 위험군에 있는 아이들을 양성화하면 범죄에 빠질 확률도 줄어들고 학교에 돌아갈 희망을 갖는 아이들도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