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사임할 수 있는 걸까. 천주교 교회법에 따르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과거에도 매우 드물었다. 일반적으로 천주교 교황은 종신직으로 간주돼왔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병세가 계속 악화하던 지난 2002년 교황이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한 나는 이곳에 있겠다"며 계속 수행할 뜻을 밝힌 적도 있다.
교황 사임에 관한 규정은 교회법전 제332조 2항.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조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 사퇴의사가) 수리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다. 교회법에 정통한 천주교 관계자는 이를 "교황의 사임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에 달린 문제이며, 자신의 의사를 정당하고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생존 시에도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역사적으로 스스로 사임한 교황이 매우 드물다. 대표적인 사례는 제192대 교황 성 첼레스티노 5세(Celestino V·1215~1296). 그는 본래 은수(隱修) 생활을 하던 수도자로, 13세기 말 교황 후계를 둘러싸고 유력 가문들 간의 다툼이 벌어지자, 추기경들이 '교황청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그를 1294년 7월 교황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교황에게 사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교령을 발표하고, 그해 12월 사임한 뒤 수도생활로 돌아갔다. 수원가톨릭대 교수 최인각 신부는 "별명이 '천사들의 교황'으로 불릴 만큼 수도생활에 철저했던 분"이라고 했다.
그레고리 12세(Gregory XII· 1325~1417)도 생전에 사임한 교황이다. 그는 프랑스 아비뇽과 이탈리아의 로마·피사에 2~3명의 교황이 난립하던 시기인 1406년 로마의 추기경들에 의해 교황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가 자의로 사임했는지는 논란이 있다.
이 밖에 제251대 교황 비오 7세(재위 1800~1823)는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위해 파리에 갈 때 프랑스에서 감금당할 것을 대비해 미리 사퇴서를 써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