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 온 '상속세 적용 기준 상향 조정'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최소 기준 금액 32만5000파운드(5억6000만원)를 2019년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2010년 집권한 영국 보수당은 상속세 부과 기준을 32만5000파운드에서 100만파운드(17억2000만원)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총선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정책으로 중산층 400만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이 정책은 13년 만의 보수당 집권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번 상속세 기준 동결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하향 조정과 다름없다. 집권 중반기를 맞아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핵심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보수당의 상징적 공약을 폐기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상속세 기준 동결로 확보한 재원을 사회보호 제도에 투입할 예정이다. 사회보호 제도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간병 서비스와 음식 등을 가족이 아닌 공공기관 등이 지원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서비스를 받는 개인이 평생 부담해야 할 비용의 상한선을 7500만파운드(1억3000만원)로 고정하고, 나머지는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럴 경우 한 해 20억파운드(3조44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데, 상속세를 더 거두어 이를 보충하겠다는 복안이다.
상속세 기준 동결뿐 아니라 예산 절감에 따른 부실 진료로 환자 1200명이 숨진 '스태퍼드 병원 스캔들' 등 최근 영국 정부는 복지 정책에 발목 잡혀 허둥대는 모습이다. 이는 경제성장이 정체인 상황에서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영국은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4년 경제 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5.0~3.1% 구간에서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85세 고령 인구는 66%가량 늘었다. 2011년 영국 복지 수요를 분석한 '딜노트 보고서'는 약 10년 후 보건 관련 예산만 해마다 추가로 200억파운드(34조4000억원)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만약 이를 정부가 부담하지 못하면 개인이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6.6%로 그리스(6.9%)와 비슷한 영국 정부가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도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