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무역 1위 자리에 올랐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시기보다 더 빠르다. 중국 정부의 통계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국 굴기(?起)'의 뚜렷한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미 상무부는 작년 미국의 수출·수입 규모(상품 기준)가 3조82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지난 주 발표했다. 중국 해관이 발표한 상품 교역량인 3조8700억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각) "작년 HSBC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2016년에야 중국이 세계 무역 1위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보다 훨씬 앞당겨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수출과 수입 양면에서 모두 미국을 압도했다. 작년 중국 수출 규모는 2조4900억달러, 미국은 1조5600만달러로 중국이 훨씬 컸다. 반면 중국의 수입 규모는 1조8200억달러, 미국은 2조2800억달러로 미국이 더 많았다. 미국은 70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본 반면 중국은 23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봤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니콜라 라르디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국이 이처럼 큰 무역량을 기록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며 "이처럼 무역이 증가한 것은 오직 위안화 절하로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 만이 아니라 2007년 이후 중국의 수입도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11년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5조달러다. 7조3000억달러를 기록한 중국보다 배 이상 많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무역대국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무역 지형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민주독재가 끝난 후 중국은 무역과 해외투자에 불을 댕긴다. 그후 중국은 1978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도 중국의 무역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2009년에는 세계 최대 수출국 자리를 꿰찼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가장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었을 때는 18세기 건륭제(乾隆帝) 시절이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무역이 초점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신흥국의 시대가 온다는 의미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전세계 많은 국가들에게 중국은 양자 무역 차원에서 점점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속도로 대(對)중국 무역이 늘어난다면 2020년 전에 많은 유럽 국가들간 역내 무역보다 중국과 양자 무역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의 무역 성장 가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것이 첫번째다. 13억 중국 인구의 1인당 GDP는 5400달러로 여전히 세계 90위권에 머물러 있다. 실질적인 국민 경제력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는 평가다. 도시와 농촌간 빈부 격차도 극심하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UBS와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작년 12월 중국 수출이 14.1% 급증했다는 중국 해관 통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모든 통계는 실제 세관 신고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12월 말에 종료되는 서류 혜택이 끝나기 전에 선적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