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좋은 회사다. 현금을 깔고 앉아 주주들에게 풀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애플 주주들이 뿔났다. 애플은 시가 총액으로 세계 최고 알짜 기업. 현재 보유한 현금만도 1371억달러(약 150조원)에 이른다. 이런 부자 회사가 주주 이익 배당에는 인색한 데다 올해 들어 우선주 발행까지 꺼리는 태도를 보이자 주주들의 불만이 들끓기 시작했다. 최근 주가까지 떨어지면서 분노는 비등점에 달한 분위기다.

여기에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탈 회장이 불을 댕겼다. 그는 ‘헤지펀드계의 운동가’로 불리는 인물. 7일(현지시각) 그는 CNBC TV에 나와 애플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고는 애플을 뉴욕 연방법원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 총대 멘 헤지펀드계의 운동가 아인혼

CNBC TV에 출연한 아인혼 회장은 애플이 두 얼굴을 가졌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먼저 "애플은 환상적인 제품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인재들이 모인 회사"라며 "덕분에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회사가 됐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곧바로 애플이 주주들 이익에는 관심도 없다며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애플에겐 큰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현금"이라며 "애플은 마치 한 번도 현금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아인혼의 불만은 내력이 있었다. 그가 애플의 주주가 된 것은 2010년. 그는 애플이 좋은 회사라는 점에 끌려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가 지금 갖고 있는 애플 주식은 130만주. 평가액은 6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애플은 주주들에게 ‘생색내기’ 배당에 그친 데 이어 올해에는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 규정까지 삭제하려고 들었다. 그로서는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것. 가뜩이나 애플 주가가 고점 대비 35%나 빠진 상황이어서 심기가 불편하던 참이었다.

그는 법원에 낸 소장에서 "우선주 발행을 금지하는 것은 주주 가치 제고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주주들에게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월가는 그의 행동을 두고 ‘할 일을 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푸르덴셜연금운용의 퀸시 크로스비 투자전략가는 "그는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용을 늘려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보유 현금을 알맞게 사용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 숨죽이던 투자자들 "환영"…숨죽인 애플

아인혼의 애플 고소에 대한 미국 주식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3% 가까이 뛰었다. 아인혼의 행동 덕분에 애플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애플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콘버지EX의 니콜라스 콜라스 투자전략가는 "지금까지 기업들은 주주들의 요구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그들의 현금을 배분하곤 했다"라며 "이제는 모든 재무담당 임원이나 이사회가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주주 전략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애플은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주주 이익을 제고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주 발행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은 현재 논의 중일 뿐, 결정된 사항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장 지난해 약속했던 450억달러 배당 중 다음주에 100억달러를 풀 계획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애플은 현재 1371억달러, 우리돈 150조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아인혼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들이 1조8000억달러나 되는 현금을 깔고 앉아 투자도 하지 않고 이익배분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