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 준비로 연일 세계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새로운 자본주의자들'에 의한 변화의 싹이 자라고 있다고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9일자)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북한-새로운 자본주의자들(North Korea: The new capitalists)'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통해 밀수 거래의 큰 손들이 주도하는 북한 경제의 실상을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정부 독점으로 운영되는 북한 시장에서 밀수 거래가 싹튼 것은 1990년대부터. 기근에 시달리던 소작농들이 가족 농장에서 재배한 야채들을 몰래 내다 팔기 시작했다. 이렇게 거래된 물품은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북한 내의 희소자원을 중국으로 빼내고 소비재를 들여오는 식으로 거래 규모가 커졌다. 불법 환전과 밀수 거래로 막대한 현금을 쌓은 밀수업자들은 이제 북한의 새로운 '졸부(nouveaux riche)'로 떠올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제 북한 내부에서도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과거 소작농의 불법 거래 시장을 엄격하게 규제했던 북한 정부도 이제는 이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밀수업자들은 북한 경제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됐으며, 북한의 고층빌딩 건설도 이들이 조달하는 자재 없이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의 출범에 공을 세운 유공자 중심으로 돌아가던 정치권에도 밀수업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이런 북한의 새로운 자본주의자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썼다. 이들은 현 정권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돈을 벌고 있지만, 앞으로도 북한의 정권보다는 개인의 부를 위해 성장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점에 비추어 세계, 특히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과거 공산주의를 표방한 소비에트 연방이 부와 자유를 맛본 사람들에 의해 무너진 사례를 참고하라는 것. 적극적으로 북한을 여행 하고, 라디오 방송국을 지원해 여러 문물이 북한 내부에 흘러 들어가게 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현재 김정은 일가를 지원하는 동시에, 과거 중국이 택한 경제 정책을 모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둘은 양립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중국은 김정은과 북한의 새로운 자본주의자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김정은보다는 북한의 자본주의자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것"이며 따라서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