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록가수 최곤(박중훈)은 여전히 자신을 스타로 믿고 있다. 인사를 할 때마다 꼬박꼬박 "가수왕 최곤입니다"라며 '쌍팔년도 이야기'를 들먹일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최곤은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합의금이 절실하지만, 한물간 스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전전긍긍하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구해온 '최후의 보루'는 지방 도시 영월에서 라디오 DJ를 하는 것. 최곤은 "무능한 매니저 때문에 별걸 다 한다"고 투덜대며 일을 시작한다. 물론 성의를 보일 리 없고,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일 정도다. 하지만 '퇴물 가수의 마지노선' 같던 이 일이 조금씩 그를 바꿔놓기 시작한다.

EBS가 9일 밤 11시 방송하는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는 "지금 당신 곁에 누가 있나요? 주위를 한번 돌아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영화다. 자신밖에 모르던 최곤이 20년을 함께해온 박민수의 우정과 영월의 순박한 정(情)을 통해 조금씩 새 삶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에서 애정과 집착, 감정표현 방식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짚었던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에선 남자들 사이의 넉넉한 우정을 담아낸다. 배우 박중훈과 록그룹 '노브레인'이 부른 삽입곡 '비와 당신'을 듣다 보면, 바쁘게 살다가 연락이 끊긴 옛 친구가 떠오른다.

영화의 극장 개봉 당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국민 배우' 안성기의 관록 있는 연기였다. 그가 비 오는 날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 피우며 전화하는 장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곤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처연한 표정으로 김밥 먹는 장면은 아직도 많은 관객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