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과 지적장애인들이 빚어낸 3분의 하모니는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용평돔 특설빙상장.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23·고려대)와 '피겨 전설' 미셸 콴(33·미국)은 합동 아이스쇼에 이어 지적장애인 피겨 선수들과 함께 3분 동안 합동 공연을 펼쳤다. 한국의 박초현(15)·장지음(14)·추원식(21) 등 18명의 지적장애인 선수가 양손을 흔들며 빙상장에 나타나자 4200명이 들어찬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폐막식 공연에 참가한 장지음(왼쪽부터), 박초현, 추원식은“김연아 같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박초현은 이번 대회 '레벨 3(모두 1~6레벨로 나뉨)'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장지음과 추원식은 '레벨 2'와 '레벨 1'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색색의 옷을 입은 18명의 선수는 처음에 수많은 관중의 환호가 낯선 듯 서로 눈치만 살폈다. 하지만 김연아와 미셸 콴이 맨 앞에서 선수들을 격려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수줍어하던 선수들은 대열을 갖춘 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따라 신나게 말춤을 췄다. 이들의 흥겨운 군무는 관중의 박수 소리와 하나가 돼 대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평창 스페셜올림픽 폐막… 1989명의 지적장애인들 세상 앞에 당당히 서다… ‘함께하는 도전(Together we can)’이라는 슬로건 아래 감동의 드라마를 펼쳤던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5일 폐막했다. 106개국 지적 발달 장애인 선수 1989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힘을 보여줬다. 이날 폐막식에서 피겨 스타 미셸 콴과 김연아가 지적장애 피겨스케이팅 선수들과 함께‘강남 스타일’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박초현과 장지음은 지적장애인 생활 시설인 '동천의 집'(서울 노원구 하계동)에서 생활하는 단짝 친구다. 지적장애 3급인 두 선수는 처음 동천의 집 생활을 시작할 당시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얼음판에 서면서 몰라보게 밝아졌다. 6년째 피겨를 하고 있는 박초현은 지난해 평창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서 레벨 3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표정 연기 등 표현력은 부족하지만, 스핀과 점프 등 기술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겨 경력이 4년이 채 안 된 장지음은 '연습 벌레'다. 하지만 폐막식 리허설에서 정지 동작에서 자주 실수하는 바람에 코치진의 애를 태웠다.

그들에게 김연아는 최고의 '영웅'이다. 둘은 김연아가 원포인트 레슨을 위해 2011년부터 지적장애인 선수들의 훈련장인 서울 동천 실내빙상장을 다섯 차례 정도 찾았을 때 직접 지도를 받았다. 김연아는 대회 개막 날 둘을 만나 "열심히 가르쳐줬는데 잘할 거라 믿는다"고 격려를 했다.

이번 폐막식에서 처음 김연아와 한 무대에 선 추원식은 리허설 때부터 "(김) 연아 누나를 만나면 사인부터 받겠다"며 들떠 있었다. 추원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자기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해 학교 분실함에는 늘 '추원식'이라고 적힌 물건으로 가득했다.

어려서부터 TV 스포츠 중계방송을 놓치지 않았던 추원식은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전국 장애인체전에 농구 대표로 나갈 정도로 운동 신경이 좋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단체보다 개인 종목을 선호했다. 추원식은 지난해 4월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SOK)에서 마련한 무료 피겨 강습회에 참가했다가 피겨에 빠졌다. 지난해 대학 입학에 실패하고 재수 생활을 하는 그의 유일한 낙은 피겨였다. 그는 커피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김연아의 경기 영상을 보며 하루 두 시간씩 맹훈련했다.

세 선수는 폐막식 공연이 끝나고 김연아가 일일이 포옹을 하면서 수고했다고 하자 한목소리로 "우리 잘했죠? 김연아 선수가 최고예요!"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