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관료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감히 다른 소리 하기 힘들던 인수위 초반 분위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 정부조직 개편 둘러싼 갈등

지난 4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상교섭권을 신설되는 산업통상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우리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현직 관료가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5일 새누리당 경북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쇠고기 협상 등 통상 문제는 비전문부처가 담당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기능 이관 문제에 대한 김 장관의 반발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사태가 커지자 외교부 고위 관계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직보다 정부가 우선이며 조직개편과 관련해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되면 외교부도 당연히 따를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외교부 처럼 영향력이 줄어드는 부처들은 해당 국회 상임위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며 방어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힘이 줄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다.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뀌는 행정안전부와 부처 이름에서 식품이 빠지게 된 농림수산식품부도 박 당선인의 결정에 반발하며 조직개편안 내용을 바꾸기 위해 뛰고 있다.

◆ 공약놓고 '공약 축소' 주장

대선 공약을 놓고도 박 당선인과 정부 부처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정부 부처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 수정 불가피론에 대해 "내가 약속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인수위에서도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만큼 공약 이행 로드맵을 내놓으라며 정부 부처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는 여전히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난색을 표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인수위는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박 당선인의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을 1월 말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재정부는 아직 최종 확정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중간 보고 형식으로 집계된 방안을 몇번 가지고 왔지만 아직 확정안은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31일에 찾아와서 2월 안에는 내겠다는 말만 하고 갔다”고 전했다.

예산 절감안을 내놓아야 하는 다른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예산 절감안을 가져왔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을 뿐 만족스러운 절감안을 가져온 부처는 없었다는 것이 인수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기초연금 공약이나 4대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역시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인해 공약보다 내용이 축소되는 분위기다.

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 인사는 “부처 이기주의와 관료들의 기득권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우려했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럴수록 더 확실한 국정철학과 정책 목표를 가지고 관료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