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일본 통화인 엔화(円貨) 환율이 올라가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환율은 국가 간의 통화를 바꿀 때 사용하는 비율을 의미해요. 한 나라의 통화는 그 나라의 중앙은행이 발행하죠.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에서 원화(貨)를 발행합니다. 통화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은 자국(自國) 통화를 다른 나라 통화와 바꾸는 방식인 '외환제도'도 결정하지요.
우리나라의 외환제도는 1998년 이후 자율변동환율제도(free floating system)를 따르고 있어요. 시장에서 물건 값이 그 물건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 특정 국가의 통화를 사고팔려는 공급과 수요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방식이죠.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은 자율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국제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자율변동환율제도에서도 각국 정부의 정책은 환율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가령 특정 국가가 정책적으로 자국의 돈, 즉 통화를 많이 공급하면 그 국가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되죠.
고등어가 많이 잡혀 공급량이 증가하면 고등어 가격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미국 통화인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고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에 비해서 비싸지게 되겠죠. 각국의 통화정책 차이가 환율의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최근 엔화 환율의 상승, 즉 엔화 가치의 하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년 말 일본에서는 선거에서 승리한 자민당이 엔화를 많이 풀어서 일본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어요. 즉 일본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서 통화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 엔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엔화의 환율은 올라가게 되죠. 이렇게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화 약세'를 '엔저(低)'라고 합니다.
엔저 현상은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구입 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어 일본 제품의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한 대당 엔화로 300만엔을 받으면 적정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해봐요.
엔·달러 환율이 80엔인 경우에는 이 자동차의 가격이 약 3만7500달러이지만, 환율이 90엔으로 상승할 경우는 약 3만3300달러가 되는 것이지요.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본산 자동차를 4200달러나 싼 가격으로 사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화 환율은 변하지 않아서 미국에 예전과 똑같은 가격으로 자동차를 판매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일본 자동차에 비해 우리나라 자동차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해 수출이 위축될 수 있고요.
자동차 이외에도 가전제품이나 선박 등 우리나라와 일본이 국제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업은 엔저 현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요.
엔저 현상은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원화 대비 엔화의 가격이 하락해 일본인 관광객은 이전과 비교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적어졌기 때문이죠.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도 우리 돈을 많이 풀어서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이자율을 낮춰서 시중에 원화를 늘리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정부 통화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물가 안정이에요.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일반적으로 물가가 올라가게 되지요. 따라서 환율의 관점에서 통화량을 늘리더라도 정부는 물가 또한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