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의 장르별 시청 패턴이 급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과 광고 수익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효자' 노릇을 하던 예능의 위축은 두드러진 반면 한동안 '찬밥' 신세를 받던 교양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재작년 말 출범한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의 다채로운 교양 프로 포맷 실험이 있다는 해석도 많다.

교양 업(Up) 예능 다운(Down)

'교양 강세, 예능 퇴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국내 최고 예능 MC로 꼽히는 강호동의 복귀작 시청률이다. '스타킹'이 14.8%(TNmS 제공)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 '무릎팍도사' 8.8%, '달빛프린스' 4.7%에 지나지 않는다. "얼굴만 내놓아도 시청률 20%는 기본"이라던 강호동으로서는 굴욕적 성적이다.

강호동 프로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 예능 프로들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KBS '해피투게더'의 지난주 시청률은 8.9%. 2008년 1월 평균 시청률이 22.7%였으니 5년 만에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SBS '강심장'은 8.8%로 방송 초창기인 2010년 1월 평균 시청률 18.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능의 지존'이라던 MBC '무한도전'도 지난주 시청률이 14.6%로 2008년 1월 평균 시청률 27.4%의 절반에 불과하다.

반면, 과거 '구색용'으로 치부됐던 교양 프로는 요즘 날개를 달았다. 지난 1월 평균 시청률이 15%에 달하는 KBS '한국인의 밥상'을 비롯, SBS '생활의 달인'(9.7%), KBS '다큐멘터리 3일'(8.9%)이 대표주자. 지난 4년간 종편 출범, 일부 케이블 채널 강세 등의 이유로 지상파 TV 시청률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교양 프로 연평균 시청률은 4.9%(2009년)에서 4.8%(2012년)로 변함이 없었다. 같은 기간 예능 프로 시청률이 8.3%(2009년)에서 6.9%(2012년)로 1.4%포인트 줄어든 것에 비하면 사실상 교양은 시청률이 올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자리걸음 예능, 무덤을 파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말장난이나 적나라한 자기고백의 수준에 머문 채 더 이상 참신한 포맷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예능 고전의 주요인"이라고 한다. "일상화한 인터넷 SNS를 통해 연예인이 직접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며 갖가지 화젯거리를 쏟아내는 세상에서 예능 프로를 통해 한 차례 걸러진 연예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식고 있다"(서울예대 김승수 교수)는 얘기다.

예능 프로의 주시청층이던 20~30대가 경제난 등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단순한 재미보다는, 교양 프로가 주는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감동을 더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저한 오락 채널을 표방했던 tvN이 사회 명사들이 출연하는 강연 프로 '김미경쇼'를 편성한 것이나, '인간의 조건' '일밤―아빠 어디가' 등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교양적 요소를 강화한 예능 프로 제작에 신경 쓰는 것도 이런 흐름을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미경쇼'를 기획한 CJ E&M 이덕재 국장은 "요즘 젊은 세대가 힘겨운 인생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찾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모험을 시도했다"고 했다.

TV조선 등 종편채널이 신선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개발하며 중·장년층 위주로 교양 프로에 대한 관심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주 TV조선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시청률은 3.09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제공)에 달했다. 지상파로 치면 15% 정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채널A '이영돈의 먹거리 엑스파일'도 3.027%나 됐고 MBN '천기누설'은 2.349%였다. TV조선 최호준 팀장은 "요즘 교양 프로를 즐겨보는 중·장년층은 과거에 비해 고학력에 세상에 대해 진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서 전문성에 점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종편 교양프로에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