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보〉(114~121)=요즘 국제대회는 대개 한·중 양국 기사 수가 균형을 이루며 결승까지 이어진다. 동국인을 최대한 피해 추첨으로 상대를 결정하는데도 원성진은 이번 대회서 최기훈 이영구 최철한 등과 싸워야 했다. 첫판 상대 탄샤오(檀嘯) 외엔 모두 한국 기사이다. "동료와 만나면 아무래도 불편하죠." 특별히 가까운 친구 최철한과 대마 삶을 놓고 싸움을 펼치던 이 순간 원성진의 심정은 어땠을까.
114는 중앙 '숨은 한 집 찾기'에 나서기 전 한 차례 호흡을 고르는 수. 그래 놓고 116으로 꼬부렸다. 바둑 입문자들에게 우형(愚型)이니 절대 두지 말라고 가르치는 빈삼각이다. 하지만 쌍방 모양새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참고 1도 1은 10까지 목숨이 위태로운 모습(흑 A가 절대 선수다).
117로 따내 동정을 살핀 뒤 119, 121을 결행한다. 역시 격식을 외면한 필살의 일격이다. 참고 2도 1, 3이 정형이지만 16에 이르면 B의 패(覇)가 결론. 백의 자체 팻감이 많아 이 진행은 흑의 실패다. 결승전 길목에서 친구고 뭐고 없는 살벌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백의 대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