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 철산부사 전동흘은 계모의 흉계로 억울하게 죽은 배좌수의 두 딸 장화·홍련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기초한 이야기 '장화홍련전'이다. 첫날밤 남편이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돼 살인 누명을 쓴 신부는 결국 자기 힘으로 범인을 밝혀내는데 이 소설이 바로 '김씨열행록'이다. '황새결송'은 뇌물을 먹은 관리가 편파적 판결을 하는 바람에 재산을 잃은 부자가 황새 이야기를 통해 자기의 결백을 밝혀낸다.
추리서사와 대중문학을 주로 연구해온 오혜진 남서울대 교수(교양과정부)가 '대중, 비속한 취미 '추리'에 빠지다'(소명출판)에서 "한국 추리소설은 조선시대의 송사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18세기 조선에서는 송사소설이 크게 유행했다"고 말한다.
추리소설은 논리적인 수수께끼나 비밀 풀기, 밀실 살인과 같은 '지적 유희'에 기반한 소설. 1930년대 김내성, 1970년대 김성종이 명맥을 잇긴 했지만, 일본이나 영미권에 비해 우리 문단에서 '추리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었다.
오 교수는 "2000년대 들면서 역사와 상상을 가미한 팩션(faction)이 급부상하며 다산 정약용이 조선시대의 셜록 홈스(코난 도일의 소설 속 명탐정)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오세영의 역사 추리소설 '원행'(예담), 드라마 '정조암살' '조선추리' 등이 그 예. "한국 추리서사엔 셜록 홈스 같은 뚜렷한 탐정 캐릭터는 없지만 대신 합리적 지식인이자 행동하는 목민관, 과학자인 정약용이란 인물은 매력적인 탐정으로 재탄생하기에 충분한 캐릭터"라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추리서사를 밑천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이 늘수록 추리소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