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58~68)=대국은 무언(無言)의 대화록이다. 매 순간 상대에게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고, 시험하고 대응한다. 그래서 바둑은 수담(手談)이다. 언제나 '공'을 갖고 판을 주도하려 하지도 않는다. 고수 바둑에선 "네가 차 봐" 하며 슬쩍 공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긴 우리네 삶에 매 순간의 선택만큼 어려운 게 또 있던가.
흑이 ▲로 끊어온 장면. 참고 1도를 보자. 백은 축이 유리하므로 5까지 두고 7로 씌우는 수단이 떠오른다. 하지만 흑 8이 선수(先手)로 들어 이 그림은 폐기됐다. 장고 18분 만의 선택은 58의 끊음. "날 공격해 보렴" 하고 배를 내밀고 있다. 흑이 제출한 '답안지'는 59의 뻗음 이후 63까지의 수순.
백은 64로 헤딩 후 또다시 흑에게 공을 넘긴다. 여기서 흑 '가'의 봉쇄는 참고 2도 4까지 흑의 실패다(A의 급소 치중 때문에 3이 불가피하다). 66은 67을 불러 흑 '나'를 자초한 속수지만 68을 두기 위한 임기응변의 일착. 그래놓고 백은 또다시 흑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중앙 3점을 움직일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