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업계가 수년 전부터 어린이들의 손에 총기를 쥐여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연간 수억달러를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총기협회(NRA)는 2010년 한 해 동안 보이스카우트와 4H 클럽 등이 주최하는 어린이 사격 프로그램에만 2100만달러(약 229억원)를 후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2배가 늘어난 수치로, 이 후원금들은 실제 총기 사격 외에도 BB총(둥근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하는 장난감 총), 양궁 등의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투입됐다. 이는 "(어린이들이) 일단 무언가를 쏘는 데 익숙해지기만 하면 다음에는 쉽게 진짜 총기 사격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연구단체 자문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지난해 1월 유튜브에는‘3종 사격(3 guns shooting)’홍보 영상으로 10대 소녀가 소총으로 인간 형상의 타깃을 잇달아 명중시키는 영상이 삽입됐다(왼쪽). 이 사격 대회는 미국총기협회(NRA)가 후원한다. 어린이 총기전문 잡지‘주니어 슈터’2009년 여름호는 15세 소녀가 웃는 얼굴로 권총 아래 표적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실었다(오른쪽). 해당 잡지에는 반자동 소총 할인권이 첨부됐다.

미국 사격스포츠재단(NSSF) 등 다른 총기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총기제조사들로부터 연간 100만달러(약 11억원)의 후원을 받는 청소년사격스포츠연맹(YSSA)은 2011년 미시간주의 한 청소년 캠프에서 소총 23정과 산탄총 4정 등을 경품으로 나눠줬으며, 작년 가을 조지아주 포트베닝에서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군용 소총 사격 프로그램도 열렸다.

미국의 어린이용 총기전문 잡지 '주니어 슈터'지(誌)는 2009년 여름호에 '부시마스터 AR15' 반자동 소총 예찬 기사와 함께 해당 총기 할인권을 첨부했다. 잡지는 어린이 독자에게 할인권을 부모에게 보여주라고 권유하면서 "혹시 아느냐. 크리스마스 아침에 AR15가 트리 아래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NYT는 이러한 움직임이 '총기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린이 고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외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부터 잇달아 발간된 보고서들은 한결같이 어린이 총기 애호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는 8~17세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한 뒤 "총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총기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또래 총기 전도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BB총이나 양궁 등을 통해 총기에 대한 거부감을 서서히 없앨 수 있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이 보고서들에는 "총기 광고에 '가족' '재미' '경험 공유' 등의 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사격의 의의는 생명을 끝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책임감과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라" 등의 구체적인 전략도 포함됐다. 총기를 사용해 인명을 살상하는 비디오 게임을 유명 총기 제작업체가 후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뉴욕대의 제스 샤트킨 교수는 "아이들의 뇌는 통상 충동적이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른보다는 총기를 취급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총기업계의 전략에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