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상 첫 여성 함장이 탄생했다. 해양경찰청(해경)은 대변인실 홍보 2팀장을 맡고 있는 고유미(34) 경정이 28일부터 동해해양경찰서 1513함의 함장 자리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해군에서 170t급 고속정 참수리 286호와 287호의 정장(艇長)으로 홍유진·안효주 대위가 임명된 적은 있지만 함장은 해군과 해경을 통틀어 처음이다.
해군과 해경의 배는 배수량에 따라 함(艦)과 정(艇)으로 나뉘며 해군은 500t을 기준으로, 해경은 250t을 기준으로 각각 그 이상이면 함, 미만이면 정으로 분류한다.
고 경정은 길이 102.4m·너비 13.2m·높이 26.5m의 1500t급 경비함의 지휘관이 됨으로써 올해 창설 60주년인 해경뿐 아니라 해군을 포함해 최초의 여성 함장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1513함은 우리 해경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경비함 삼봉호(5000t급)와 함께 독도 경비를 담당한다.
부산 출신인 고 경정은 어릴 적부터 바다를 통해 사회와 나라에 뜻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찰학과를 지원해 수석으로 들어갔고, 2002년 경사 특채로 해경이 됐다. 그때까지 해경에서는 여자를 배에 태우지 않았다. 배에 여자가 타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뱃사람들의 오랜 속설(俗說)과 거친 뱃일을 여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경에도 여성 경찰이 차츰 늘면서 금녀(禁女)의 벽이 무너졌다. 2003년 해경이 시험적으로 여성 경찰을 배에 태워보기로 하고 지원자를 뽑은 것이다. 이때 지원해 해경 최초로 경비함을 탄 여자 경찰관이 됐고, 3개월 동안 선상 근무를 했다. 그 뒤 일반 근무를 하다가 2008년 부산해경 소속 1503 경비함의 부함장을 맡아 다시 바다로 나갔다. 2년여 동안 배를 타고 함장을 보좌하면서 바다 경비와 수색·구조 등 경비함의 업무를 경험했다.
"사고가 하필 밤에 많이 나잖아요. 온통 어두운데 마구 흔들리는 배에서 보면 시커먼 파도가 밑에서 치고 올라와요. 심할 땐 조타실까지 파도가 덮치기도 하죠. 급할 땐 정말 겁이 날 틈도 없어요."
고 경정은 '여자가 잘 해내겠느냐'는 주위의 편견을 깨기 위해 남자들보다 더 애썼다고 한다. 함께 배를 타고 고생하면 남녀를 떠나 끈끈한 동료애가 생긴다. 불법 중국어선 단속 같은 활동을 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생기면 정말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고도 했다.
"엄청난 파도가 오면 경비함도 정신없이 흔들립니다. 이런 상태에서 조난당해 뒤집힌 배에 다가가 예인줄을 묶고, 물에 빠진 선원들 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르죠. 우리 대원들이 그런 일을 할 때 보면 정말 사람 능력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의 부모님은 판·검사가 되길 원했지만 여자에게는 바다가 '블루 오션(blue ocean:경쟁세력 없는 유망 시장)'이라고 판단해 이 길을 택했다고 한다. 앞으로 1년여 동안 1513함의 함장으로 일할 그의 다음 꿈은 가장 큰 경비함 삼봉호의 함장이 돼서 독도를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