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와 유럽 공동체가 양 대륙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 회의를 연다. 중남미는 한때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렸다가 뒤이어 거센 반미(反美) 바람을 탔다. 최근에는 떠오르는 중국과 밀착하는 듯했던 중남미가 옛 식민 모국이 모여있는 유럽과 다시 가까워지는 형국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중남미와 EU의 "야심 찬 제휴"

회원수 33개국의 중남미 최대 국가 공동체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 공동체'(CELACㆍ셀락)와 27개국 연합체인 유럽연합(EU)이 오는 26~27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정상 회의를 연다. 2011년 12월 셀락이 정식 출범한 후 EU와 갖는 첫 번째 회의다.

이번 회담에는 EU의 정치ㆍ경제를 대표하는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을 필두로, 각국 정상들이 직접 참석하는 나라만 해도 두 공동체를 통틀어 45개이나 된다. 정부 대표로 치면 800여명에 이를 예정이라고 쿠바 관영 프렌사 라티나 통신은 전했다.

영국 왕립연합군사연구소(RUSI)는 "두 공동체가 첫 회담부터 정치ㆍ경제 전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야심 찬 전략적 제휴(ambitious strategic alliance)를 맺으려는 듯 보인다"고 평했다.

셀락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 국가 지배령을 제외한 중남미 내 모든 국가가 참여해 만든 역대 최대 규모의 이 지역 국가공동체다.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을 배제했다는 것.

1951년 미국이 주도해 설립한 미주기구(OAS)에서 회원국 자격이 정지된 온두라스와 쿠바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였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출범 때부터 회원자격을 주지 않았다. 현재 셀락을 이끄는 국가들도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등 중남미 내에서 좌익 성향이 강한 나라 위주다.

◆ 중남미서 발 넓히는 EU 기업, 미국 기업은 짐 싸

셀락이 자신있게 미국을 배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EU와 경제적 이해 관계가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

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0년 중남미에 투자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3%는 EU로부터 들어왔다. 중남미 국가의 자원과 노동력이 부각되자 정보통신·우주항공·자동차·에너지 부문에 EU 기업들의 돈이 대거 쏟아진 것.

EU는 지금도 셀락 회원국들과 450개 부문에서, 총 30억유로 규모의 투자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반면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EU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에 불과했다. 미국 정부가 쿠바 경제봉쇄, 마약과의 전쟁, 불법 밀입국 단속 문제를 놓고 중남미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미국 기업들은 중남미를 떠났다. 중남미 국가들과 미국 사이의 연결고리도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셀락과 EU는 이번 회담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과 교역량ㆍ투자 증대, 기술 교류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