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 국회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했다. 지정기부금은 사회복지·학술·장학·문화예술·종교·의료 법인 등 공익(公益)에 기부하는 돈이다. 정부는 소득공제액을 2500만원까지만 인정하기로 상한(上限)을 설정하고, 그 대상 항목에 보험료·의료비·교육비·신용카드 사용 금액에다 추가로 지정기부금을 포함시켰다.
지금까지는 지정기부금에 대해 소득의 30%(종교 단체 기부금은 10%) 범위 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줬다. 가령 연간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1500만원을 기부하면 기부금 전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줬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연말정산부터는 보험료·의료비·교육비 등의 소득공제가 많으면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다 받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가수 김장훈씨처럼 한 해 수억원을 기부하는 거액 기부자들은 기부한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거의 받지 못한다. 기부금으로 낸 돈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물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소득공제액에 상한을 둔 것은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면 '부자 증세'를 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야당은 소득세율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세율을 건드리지 않는 대신 소득공제를 줄여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로 한 것이다. 고소득층일수록 소득공제를 통한 세금 감면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부자들에 대한 세제(稅制) 혜택 축소는 누가 봐도 잘못된 정책이다. 모든 나라가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리고 있고, 정부도 2007년부터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번 세제 개편은 기부 문화 활성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거꾸로 가는 것이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면 부자들의 기부가 위축되고,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 많은 공익 단체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보다 그 부작용이 훨씬 크다. 정부는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축소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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