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3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지난 18일 오후부터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조각(組閣)에 매달려왔던 박 당선인이 5일 만에 외부 일정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 측은 이날 일정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비공개 일정 새자 장소 바꿔

이날 오찬 장소였던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근 D 중식당은 당초 예약한 곳이 아니었다. 원래는 서울 종로구 한식당으로 잡혀 있었는데 전날 밤 그 사실이 알려지자 바꿨다. 여러 식당 이름이 흘러다니면서 기자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D 중식당에선 "그런 예약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박 당선인 측은 "미리 알려질 경우 경호상 문제도 있고 취재진이 몰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급으로 참석자가 20명이 넘어 보안 유지는 기대하기 어려운데 하루 전에 장소를 변경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찬을 마치고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로 이동했는데 이 또한 알려지지 않은 일정이었다. 영문을 몰랐던 인수위 기자실에선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려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전달하는 행사를 갖기 위해서였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 당선인에게 기자들이 "총리 인선은 언제…" 하고 물으려 하자 박 당선인은 "여기 계셨어요? 오늘 종일 비가 오네요"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주현 사무총장은 박 당선인에게 방송 개그 프로그램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라우니 인형과 대형 사랑의 열매를 선물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챙겨달라"

박 당선인은 당 지도부와 오찬하며 앞으로 예정돼 있는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 대해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곧 제출될 것인데 이는 (나의) 청와대, 국회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총·대선 때 국민에게 한 약속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고 만든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공동 운명체' '공동 책임'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신경 써달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국회와 맺는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하겠다"며 "앞으로 연극이나 영화를 보러 갈 때도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 가고 싶다"고도 했다.

공약 수정에 관한 얘기도 나왔으나 박 당선인은 "공약은 쭉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의원이 "상위 30%는 보육비 지원을 안 하는 게 어떠냐"고 하자 그는 "부부가 맞벌이하면 상위 30% 안에 드는 건 도시 가구에서 흔한 일인데 단편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