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자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그리스 남자와 결혼하고, 둘째 그리스 아이를 많이 낳고, 셋째 죽을 때까지 그들을 돌본다." 이렇게 자조(自嘲)하는 여주인공 툴라(니아 발다로스)는 미국에 사는 그리스 이민 가족의 후예다. 폐쇄적인 이민자 커뮤니티 사회가 그녀가 생활하는 삶의 터전 전부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그리스 식당의 카운터를 지키는 청춘이 갑갑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부장(家父長)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그곳의 당연한 관습인 것이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은 이런 그리스의 딸 툴라가 미국 남자 이안(존 코벳)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이안은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으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났다. 툴라와 이안은 결혼을 결심하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의 결합이 순탄할 리 없다. 무엇보다 미국인 사위를 보고 싶지 않은 툴라 아버지가 사사건건 태클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결혼 승낙을 받고 나서도 준비 과정 하나하나가 산 넘어 산이다. 결혼에 대한 의견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스인에게 결혼이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가문과 가문의 만남이며, 결혼식은 모든 일가친척이 다 모이는 떠들썩한 대형 행사이다. 그러나 툴라의 미국인 약혼자는 그런 풍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가족의 요구와 약혼자의 불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툴라의 모습은 부모의 질서와 독립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현대 여성의 고뇌를 대변한다. 아버지의 세계를 피해 도망치고 싶지만 한편으론 아버지의 안전한 우산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이중적 심리다.
결국 툴라가 잡은 건 '두 마리 토끼'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이안과 결혼에 골인하였으며, 친정 이웃에서 새살림을 시작한다. 반전(反轉)은 그 번듯한 신혼집을 사 준 사람이 바로 결혼 과정에서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오던 친정아버지라는 사실이다. 툴라는 사랑에도 성공했고, 부모의 든든한 경제적·정서적 우산 밖으로 내쳐지지도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툴라의 아버지는 경제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딸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칫 흔들릴 뻔했던 자신의 질서도 공고히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