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지 한 달이 다 돼가고, 대통령직인수위가 출범한 지도 열흘이 지났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소리 나지 않게 국정을 인수하고 대선 때의 약속을 지켜 신뢰 국정의 길을 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수위의 지난 열흘 역시 점령군 같던 과거 인수위와 많이 달랐다. 측근 실세(實勢) 정치인 대신에 대학교수 중심으로 짜인 인수위는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천할 준비에 역점(力點)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당선인 측의 보안(保安) 제일주의는 인사에 이어 정책 분야로까지 확대돼 일부 정부 부처 보고 내용 가운데 소제목만 공개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언론을 타고 국민에게 전달되면 혼란만 일으킨다는 게 철통 보안의 명분이다. 언론을 통한 권력과 국민 사이의 의사 교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특성과 장점에 대한 몰이해(沒理解)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인수위는 홈페이지에서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구체화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을 주요 업무로 제시해놓았다. 대선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정했기 때문에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 있다는 걸 전제(前提)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사실도 아닐뿐더러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박 당선인 공약은 대부분 이번 인수위 멤버가 된 인사가 포함된 대학교수들이 만들었다. 학자들은 자기 분야에 대한 이론적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정부 재정의 한계와 그 한계 속에서 정해지는 정책의 시급성을 판단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인수위는 학자들이 세계 각국 사례에서 끌어낸 보편적 원칙에 바탕해서 만든 공약을 대한민국의 특수한 발전 단계와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관해 공직자들의 기탄없는 의견을 듣고 그 가운데 타당한 견해를 반영한다는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들어서는 권력의 취향에 자기의 견해를 맞춰 조정하는 게 체질화된 집단인 공직자들이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무턱대고 의문을 제기할 턱이 없다. 우리 관료사회가 오히려 새 권력에 지나치게 영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국민의 상식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관료가 일부 공약의 실현 과정에 부분적이나마 문제를 제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에 중점을 두라"고 당부했다. 인수위가 그만큼 이해 당사자가 많은 정책을 다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책의 이해 당사자인 국민과 그 정책을 실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공직자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특히 국민의 의견을 들으려면 언론이란 통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박 당선인은 비서진과 인수위원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름과 직책만 공개했다. 국민은 당선인이 무슨 생각으로 인선했고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정책 분야까지 이렇게 가선 곤란하다. 인수위의 운영 모습은 당선인의 앞으로 국정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를 예고(豫告)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도 당선인과 인수위는 지금까지 제기된 운영상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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