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주의회의 아나톨리 돌가체프 의원이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진 그림

러시아 연해주 주의회의 한 의원이 지난 8일 생일을 맞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한국의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모독하는 그림을 선물했다고 극동지역 통신사 '데이타루'가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나톨리 돌가체프 의원(공산당)은 김정은이 백마 위에서 오른팔을 치켜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고, 땅바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말발굽에 짓밟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을 고려항공 여객기를 통해 김정은에게 보냈다. 김정은은 그림에서 해가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림에는 '조선의 해방자'란 이름이 붙었으며 가로 120cm, 세로 150cm의 유화로, 돌가체프 의원이 현지 화가에게 주문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돌가체프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를 연구하는 극동지역 모임의 이름으로 '조선의 해방자' 그림을 그려 평양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이양구 총영사)은 이와 관련 현지 언론에 "러시아 의원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그림을 제작한 것은 유감"이라며 "특히 한국과 미국 국기가 말굽에 밟히는 모습은 해당 국가를 모욕하는 표현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총영사관은 돌가체프 의원 개인이나 연해주 주의회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에서도 돌가체프 의원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의 지역·국제관계학부 부학장 아르춈 루킨은 "이런 그림을 선물하는 건 정치적 무지의 소행"이라며 "한국은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이런 행동은 연해주나 러시아 전체에 부정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