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42·사진) SK 감독에겐 어수룩한 구석이 있다. 얼마 전 오리온스와 벌인 프로농구 고양 원정 경기. 그는 작전 시간에 선수들에게 수비 지시를 하다 상대팀 신인 김승원(202㎝)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한국의 키 큰 애"라고 말했다. 김승원과 인삼공사 신인 김민욱(205㎝)이 머릿속에서 겹쳐져 순간적으로 깜박했다. 문 감독은 "둘 다 저의 연세대 후배인데 미안하더라"고 말했다.
문 감독은 전술 훈련 때 오리온스의 또 다른 신인 포워드 김종범(23)을 '이종범(프로야구 한화 코치)'으로 지칭하고, 경기 중 남은 시간을 확인하려고 계시기가 아닌 자기 손목시계를 쳐다본 적도 있다.
정식 사령탑으로 첫 시즌을 맞은 초보 감독의 작은 실수담이다. 하지만 그가 이끄는 SK엔 현재 빈틈이 없다. 최근 10연승으로 단독 선두(25승5패). 2위 모비스에 승차 4경기가 앞선다. 지난 시즌 9위에 머물렀던 약체가 아니다. 창단 후 첫 정규 리그 우승까지 노린다.
그 배경엔 치밀하게 시즌을 준비한 문 감독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는 지난여름 6주 동안 전술 훈련을 하지 않았다. 체력 코치의 건의를 받아들여 선수들이 잔 부상을 치료하면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만 힘을 쏟도록 했다. 다른 팀들이 연습 경기를 하는 시기에 SK 선수들은 근력 기구와 씨름했다. SK는 팀 속공 1위(133개), 최소 실점 2위(평균 67.8점)이다. 여름에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공격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비를 한다.
문 감독은 신인·외국인 선수 선발, FA(자유계약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결단력을 발휘했다. 작년 여름 외국인 드래프트 땐 정통 센터를 뽑으려 했다. 내심 1, 2번 지명권을 기대했던 문 감독은 5순위로 밀려 다른 팀에 빅맨들을 뺏기자 포워드인 애런 헤인즈(200㎝)를 선택했다. 앞서 신인 드래프트로 최부경(200㎝)을 선택하고, FA 박상오(196㎝)를 데려와 팀에 포워드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팀 색깔을 '1가드-4포워드' 형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러곤 포워드 중심의 농구를 하는 NBA(미 프로농구) 팀 마이애미 히트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가 벌인 2012 챔피언전 비디오를 구해 보며 연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헤인즈는 득점 3위(평균 18.63점), 리바운드 6위(평균 8.37개)로 활약하고 있다. SK가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변형 지역 방어의 핵심 역시 헤인즈다. 최부경(평균 8.7점 6.2리바운드)과 박상오(평균 9.4점 3.3리바운드)는 기존 김민수(평균 8.8점 4.4리바운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문 감독의 구상대로다.
SK는 지난 시즌 동부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승(44승), 최다 연승(16연승) 경신을 노린다. 관중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안방 15경기에 9만4311명(평균 6287명)이 들어와 지난 시즌 홈 15경기(7만3125명·평균 4875명)보다 평균 1412명이 많다. 문경은 감독은 "이제 겸손은 그만"이라면서 "모든 포커스를 우승에 맞추고 나가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