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처벌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작년 7월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여·42)씨가 신청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9일 밝혔다.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이 법 21조 1항은 성을 사거나 파는 사람 모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제3자의 강요 등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경우엔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돼 처벌받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경우엔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법원이 '자발적 성매매를 한 여성까지 처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씨에 대한 재판은 헌재 결정 이후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건전한 성 풍속 확립을 위해 성매매를 전면 금지한 것은 정당하지만, 자발적 성매매 행위를 '교화'가 아닌 '형사 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비도덕적이라 하더라도 성매매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서 교화할 대상이기도 하다"며 "이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처벌특별법이 변화된 사회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에 대해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해 개인의 자기 결정권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성매매처벌법이 성매매 여성을 구별해 대중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처벌하면서 외국인과의 현지처(妻) 계약 등에 따른 성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등 법 규정의 형평성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실제로 성매매 여성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수사 기관이 자의적으로 단속을 하고, 여성들은 처벌이 두려워 포주 등 성 착취자들을 고소하지도 못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선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지역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여성까지 처벌하는 법 조항은 성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성매매는 근본적으로 인권 문제이자 남녀 불평등의 문제이고, 불법을 양산하는 만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마땅히 법이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에 대한 판단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네바다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막대한 단속 비용 때문에 실제로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주가 많다. 유럽은 대부분 국가가 여성의 자발적 성매매를 합법으로 본다. 일본은 매춘방지법에 따라 성매매를 불법으로 보고 있지만 성매매를 알선하고 사업화한 업주를 처벌할 뿐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중국과 대만은 불법이다.
서울대 로스쿨 성낙인 교수는 "이번 문제는 국가의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알아서 결정해야 할 '입법'의 문제에 가깝다"며 "국가의 형벌권과 개인의 성적(性的) 결정권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야 할 성격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