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암 투병 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0일 열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국회 의장은 8일 의회에서 "수술 후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현지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차베스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에 불참하게 됐다"는 정부 측 입장을 발표했다. 여당이 다수인 베네수엘라 의회는 이날 거수투표를 통해 취임식 일정을 연기하고 나중에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열자는 정부안에 동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쿠바 레글라 지역 성당에서 8일 열린 미사에서 현지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 직원들이 암투병 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10일 열릴 예정이던 차베스 대통령 4선 취임식이 무기 연기되면서 ‘차베스 위중설’이 확산되고 있다.

차베스는 작년 12월 쿠바에서 네 번째 암수술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일관되게 차베스 건강이상설을 부인해 온 것을 고려할 때, 현 상황은 사실상 유고(有故)를 인정해 차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차베스는 작년 12월 수술을 위한 쿠바행을 앞두고 유고 시 자신의 후계자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대통령 취임식을 1월 10일 의회에서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대법원 앞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에서 할 경우 구체적인 취임식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여당 측은 나중에 언제고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측은 장소만 바뀔 뿐 시기는 1월 10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헌법 233조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 신변상의 이유로 '영구적으로' 업무를 볼 수 없게 될 경우 30일 이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또 베네수엘라 헌법은 지금처럼 '일시적으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경우 최대 180일간 회복 여부를 지켜보고 영구적으로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한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부재중에는 국회의장이 대통령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야권은 현 상황을 일시적으로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선언하고 카베요 의장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전문 의료진을 쿠바에 파견해 차베스 대통령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한 뒤 재선 여부를 결정짓자는 것이다. 하지만 차베스의 측근인 카베요 의장은 대통령직을 대행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재선을 염두에 둔 여권이 가능한 한 시간을 끌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회가 취임식 연기에 동의한 이상 당장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미주기구(OAS) 같은 외부 기구에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대법원에 취임식 연기가 위헌인지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요청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친(親)차베스 성향의 대법원이 야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한 변호사가 "차베스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없는데도 카베요 의장이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 위반"이라며 낸 소송을 8일 기각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한 병원에서 네 번째 암 수술을 받은 뒤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정부가 차베스 대통령이 심각한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사망설이 돌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7일 저녁 차베스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