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장에서 차베스 대통령 기념품을 들어보이는 한 여성.

암 투병 중인 우고 차베스(59·Hugo Rafael Chavez Frias)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취임식을 미룰 만큼 병세가 악화되면서 '차베스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빈민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수다쟁이 포퓰리스트' 차베스 대통령이 숨지면, 기념품 가격도 함께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현지 매체 라나시온(Lanacion.com)은 지난 7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기념품 판매시장의 풍경을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부재(不在)가 오래되고 그의 병세가 위중해지면서, 오히려 거리 상점 매대에는 차베스의 각종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매체는 서부도시 메리다에 사는 엘리사 플로레스 데 모레노(67·여)씨는 "차베스 대통령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수도 카라카스의 한 시장까지 수백 km를 여행해왔다. 그는 "기념품을 사재기하러 왔다"며 "차베스가 세상을 떠나면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는 차베스를 지지하기 때문에 매일 밤 그의 쾌유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카라카스 시장의 수많은 기념품에는 차베스 집권당의 머리글자 또는 차베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또 차베스가 남미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 쿠바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등 역사적 인물들과 함께 그려진 티셔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얼굴은 티셔츠는 물론, 야구모자, 재킷, 귀걸이, 수건, 식기류 등 의복 및 생필품 전반에 그려져 있다. 현지 매체 크로니스타는 "차베스 기념품은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호르헤 모레노(52)씨는 "차베스의 얼굴을 본뜬 인형으로 올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시장통에 있는 모레노의 작은 가게는 '차베스 백화점'으로 통한다. 열쇠고리부터 머리핀, 펜, 컵, 수건, 접시, 팔찌 등 모든 물건이 차베스의 얼굴과 집권당의 상징인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카라카스의 한 대형 호텔 내 입점한 기념품점에 가면 흉상, 망토 등 고가의 차베스 기념품을 구할 수도 있다.

이들 가내수공업자가 판매하는 모든 기념품의 디자인은 베네수엘라 대통령궁이 배급한 것이다. 대통령궁은 '차베스 상품 디자인 협동조합'을 통해 영세 가내수공업자들에게 디자인을 무료로 배포한다. 저작권 분쟁이 있을 리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교관 시절인 1992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실패해 2년 동안 수감됐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인 빈민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1998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6년 12월 압도적 지지 속에 재선돼 2012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고유가로 인해 국가재정이 증가하고, '기간산업 국유화'와 '반미외교 정책'이 국민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차베스는 '서민의 대변자'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2011년 처음 암 진단을 받은 이래 총 네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겨울 마지막 수술 이후 합병증이 온 탓에 한 달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8일(현지시각) 차베스 대통령의 집권 4기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0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이 연기되면서 야당은 '대선 결과 무효화'를 주장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