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 법원의 정기인사를 앞두고 일선 법원장과 서울고법 부장판사(차관급) 등 고위법관 9명이 이미 사표를 냈거나 사의(辭意)를 표명했다고 대법원 관계자들이 8일 전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2~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대법원에서는 사유 파악 등 자체 조사에 나섰다.
대법원에 따르면 홍기태(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사법연수원 14~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8명과 일선 법원장 한 명이 법원행정처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55명이니, 전체의 약 15%가 한꺼번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차기 대법관 후보군으로 여겨지는 연수원 17기에서만 5명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들의 사표를 막기 위해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법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달 14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기인사까지 사의를 표명하는 고위법관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새로 도입된 평생법관제와 갈수록 나빠지는 변호사 업계의 상황이 '줄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법원장을 마치면 다시 고법 부장판사로 복귀해 정년(63세)까지 근무하는 제도다. 경륜이 있는 판사들이 재판을 직접 맡게 되는 장점이 있지만, 다시 일선으로 돌아와 재판을 하는 데 체력적·정신적으로 부담을 느낀 고위법관들도 많다는 말이 나온다. 또 변호사 업계가 포화상태로 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번이 성공적으로 변호사 업계로 진출할 수 있는 막차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직을 결심한 한 법관은 지인들에게'법관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했고 이제는 집안도 생각해서 변호사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사의를 표명한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건강 등 개인적인 사정들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평생법관제의 문제로만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