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문화유산 연구의 선구자였던 경남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범하(梵河·66) 스님이 7일 오후 1시 30분 부산 동아대 병원에서 입적했다. 통도사 관계자는 "'임종게(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 등은 일절 알리지 말고 시신은 병원에 기증하라'는 입적 전 당부에 따라 법구(法軀)는 발인 뒤 동국대 경주병원에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194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스님은 1960년 통도사로 출가해 1973년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출가 초기 불경을 싼값에 사려고 헌책방과 고서점을 자주 다니던 중, 수백 년 된 '진본'들이 홀대당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직접 수집을 시작했다. 서울 인사동과 장안평 일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불경과 불교 유물을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보물급으로 꼽히는 고려시대 목판본 법화경 등 다양한 문화재를 '구출'했다. 1987년 통도사 성보박물관 초대 관장을 맡아 3만여점의 성보(聖寶)를 갖춘 사찰 불교박물관으로 성장시켰다. 전문가들을 이끌고 전국 사찰을 직접 누비며 불화(佛畵)를 촬영하고 정리해 2007년 '한국의 불화' 총 40권을 완간했다. '한국의 불화'는 우리 불교미술 연구의 가장 중요한 1차 자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7년부터 1·2대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지내며 전국 사찰에 흩어진 불교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연구에 헌신했다. 1995~2008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역임했고, 국민훈장 목련장과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9년 종사(宗師) 법계를 품수했다. 빈소는 통도사 설선당에 마련되며, 다비식 등 장례절차 없이 9일 오후 2시 발인할 예정이다. 영결식은 9일 오후 2시 예정. (055)382-7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