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은데 잘해서 정말 좋았어요."

팬들에게 바치는 피겨 여왕의 선물이었다. 김연아(23)가 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끝난 제67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대회 여자 시니어 정상에 올랐다. 종합선수권에 7년 만에 출전한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45.80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64.97점)과의 합계 점수 210.77점으로 우승했다. 3월에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출전권도 땄다. 박소연(강일중·161.88점)이 2위, 최다빈(강일중·153.09점)이 뒤를 이었다.

◇프리스케이팅은 '클린 프로그램'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여 목동 링크를 메운 4500여 팬을 열광시켰다.

참가 선수 18명 가운데 마지막 순서로 나서 12가지 과제를 실수 없이 마쳤다. 3회전 점프 5가지(콤비네이션 점프 2개 포함)를 포함한 7가지 점프를 비롯해 모든 기술에 가산점을 받았다. 기술점수는 총 70.79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의 78.30점 이후 최고 득점이었다.

김연아가 6일 열린 피겨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뮤지컬‘레미제라블’의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세계선수권에서도 오늘처럼 깨끗한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스케이팅 기술, 전환, 연기, 안무, 해석 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구성 부문에선 모두 9점대를 기록하며 75.01점을 받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의 71.76점보다 오히려 높았다.

물론 종합선수권은 ISU(국제빙상경기연맹)가 점수를 인정하는 대회는 아니다. 하지만 김연아에겐 3년 전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 본인이 구사하려고 마음먹었던 연기를 100% 발휘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18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NRW 트로피(독일 도르트문트)의 프리스케이팅 땐 점프를 하다 한 번 넘어졌고, 다른 콤비네이션 점프 한 개도 난도를 낮춰 처리했다.

이번엔 무결점 연기를 했다. 김연아는 12번째 마지막 스핀 과제를 착각했다고 밝혔다. 원래 프리스케이팅을 위해 구성했던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발을 바꿔가며 하는 스핀 연기)' 대신 쇼트프로그램용 콤비네이션 스핀을 한 것이다. 규정 위반이 아니었고, 채점 결과(4레벨)에도 손해는 없었다. 김연아는 "클린을 해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세계선수권-올림픽 정상 조준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선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초반엔 불안했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뒤로 활주하다 넘어졌다. 뜻밖의 실수 탓에 스케이팅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3회전+3회전·기본점수 10.10점) 연속 점프는 1회전 러츠만 하고 포기했다. 그나마 기본 점수 0.60점인 1회전 러츠도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해 수행점수 0.3점을 깎였다. 결국 0.3점을 얻는 데 그쳤다. 경기에 앞서 연습 도중 이 3-3 점프를 시도하다 넘어져 펜스에 부딪혔던 충격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에 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붙여 기본 점수 9.40점짜리 연속 점프로 만드는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선 연속 점프 하나를 반드시 뛰어야 한다.

김연아는 우승 후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준비한 대로 하면 우승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소치 동계올림픽에 후배들과 함께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3월 세계선수권에 유일한 한국 여자 대표선수로 출전한다. 2위 이내에 입상하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한다. 김연아는 2009년에 세계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이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드라마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