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블루라이트교회의 신년 파티‘주빌라떼 2013’에 참석 한 송창근 목사. 노랑머리에 가죽재킷, 가죽부츠 차림이다.

이날의 드레스 코드는 블랙, 레드, 화이트. 한껏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붉은 카펫 위에 서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밖에선 스펙 경쟁과 취업난, 배고픈 예술가로 시달리는 고달픈 청춘이지만, 이날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공연장 안은 130여명의 젊은이로 이미 초만원이었다. 흥겨운 색소폰 재즈곡 연주에 이어, 트로트곡 '무조건'에 맞춰 '떼창'이 이어졌다. 노래와 춤 공연, 프로 음악가들의 찬양이 계속됐다.

지난 12월 31일 밤 서울 홍대 앞 클럽거리의 '블루라이트'. 주 중엔 공연장, 일요일엔 '블루라이트 교회'의 예배 장소인 이곳에서 열린 신년 파티 '주빌라떼 2013'의 풍경이다. 올해 5월이면 개척한 지 만 4년이 되는 블루라이트 교회 송창근(49) 목사는 노랑머리에 가죽재킷, 가죽부츠 차림이었다. 그는 "중요한 건 목회자의 권위나 형식적 거룩성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살아가는 과정을 긍정하며 받아들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찢어진 청바지에 노랑머리 목사님

대구 출신인 송 목사는 중3 때부터 디스코텍을 출입했던 '좀 놀아본 청춘'이었다. 대학 때 극적인 회심을 하고 목회자가 돼, 교인 200명도 안 되는 시골교회부터 1만7000여명 규모의 큰 교회에서 골고루 일했다. 안산 동산교회(담임목사 김인중) 부목사로 일하던 2009년 1월, 홍대 앞 클럽거리로 왔다. "오지 않는 청년들을 잡아끌기보다 젊은이들이 넘치는 곳으로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죠." 목표는 지역 문화와 균형 있게 융화된, 신도 수 200명 정도의 작은 교회였다. 라이브 바를 개조해 2009년 1월 첫 예배를 드렸다.

처음엔 설교를 흥미 위주로 했다. 6개월쯤 뒤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목사님, 배고픈 예술가로 살아가는 우리도 영적인 갈증 때문에 교회에 나옵니다." 바로 로마서 강해(講解) 설교를 8개월 동안 했다. 2010년 여름엔 신자가 110명까지 늘었다. "제가 더 놀랐어요. 예배 형식은 개방적이어도, 그 안에 '복음의 본질'이 살아 있다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지금 출석 교인은 150~200명 정도. 1년 전쯤 공연장을 사들여 예배 장소도 옮겼다.

'해라, 마라'보단 '친구 되기'

블루라이트 교회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예배 중 '프로 뮤지션' 교인들이 진행하는 찬양. 그런데 예배 뒤 '소통의 시간'도 그 못지않게 인기다. 구직하려 고생한 얘기, 부모님의 암 투병 얘기, 기획사를 못 구해 힘든 얘기를 실명으로 털어놓는다. 동성애자 청년이 '애인'이 생겨 행복하다고 고백하고, 연극배우인 교인이 큰 배역을 따냈다고 할 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처음엔 개입하고 싶어 좀이 쑤셨지만, 입을 꾹 다물고 참았죠. 그랬더니 서로 진정성이 마음을 움직여 더 깊은 얘기가 오가더군요. 페이스북·트위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은 여전히 외로운 거예요."

주 중엔 공연장, 일요일엔 예배 장소가 되는 홍대 앞 블루라이트교회의 예배 중 찬양 공연 모습. 홍대 앞의 젊은‘프로 뮤지션’인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한 이들과 함께 진행한다.

송 목사는 "전도하려고 '네가 예수 안 믿으면 친구 안 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믿든 안 믿든 나는 네 친구'라고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로마에서 핍박받던 초대교회 성도들이 흑사병에 걸린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받아들였던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태원 힙합·R&B 교회"

주 중 블루라이트 공연장에선 인디밴드 공연, 북콘서트, 연극 공연 등이 열린다. 유흥문화에 맞서 홍대 앞의 예술을 지켜내는 한 축 역할도 하는 셈. 한 달 전엔 이화여대 인근 술집을 일요일에 빌려 '이대 블루라이트 교회'를 개척하고 첫 예배도 드렸다. 송 목사는 "홍대 앞 교회가 '모던록 콘서트'라면 이대 앞은 '어쿠스틱 바'"라고 했다.

다음 목표는 이태원 유흥가 한가운데 힙합·R&B 스타일 교회를 여는 것. "예술적으로 뛰어난 젊은이가 많기 때문에 힙합 찬양, R&B 찬양도 어렵지 않아요. 앞으로도 가장 교회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곳에, 젊은이들의 작은 공동체 교회가 수없이 늘어나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