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030세대에게 “앞선 세대를 넘어서 세계로 나아가라. 나는 여러분이 열어젖힐 세상이 그동안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나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반갑습니다. 어느덧 가벼운 일상의 대화마저 버거워진 우리가 이렇게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온갖 갈등에 대해 나름 적지 않은 고민과 투쟁을 해온 사람입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개발과 보전 간의 갈등,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남녀 갈등,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불러온 세대 갈등…. 그런데 겪어보니 남녀 갈등과 환경 갈등은 언젠가는 어떻게든 합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세대 갈등은 자칫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거나 점점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2030세대와 5060세대 간의 격세는 그냥 덮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불씨입니다.

5060세대와 그 이전 세대들은 여러분의 빈곤한 역사관을 심히 우려합니다. 가진 것 없고 물려받은 것도 변변찮은 나라가 불과 반여 세기 전에는 전쟁으로 완벽하게 쑥대밭이 되었다가 지금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이 엄연한 현실에 지나치게 관대한 여러분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러분에게는 이른바 '헝그리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의 삶이라고 왜 고통이 없겠습니까? IMF 사태로 실직한 부모를 보며 자랐는데 아연 청년실업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우리 세대의 죄가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쯤에서 5060세대에게 한 말씀 드리렵니다. 이전 세대는 왜 늘 다음 세대를 못마땅해할까요? 다음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못한 게 사실이라면 지금쯤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2030세대를 '공감의 세대'라고 부릅니다. 우리 5060도 봉사활동 합니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때 우리도 자원봉사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저것 따져보고 덤빕니다. 2030세대는 그냥 달려갑디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앞뒤 재지 않고 그냥 참여합니다. 내일 당장 시험인데,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하건만…. 도대체 생각이 있는 녀석들인지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멈춥시다. 그동안 성현들은 한결같이 우리에게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이라는 데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눈을 들어 2030 친구들을 둘러보십시오. 무작정 남을 도우러 뛰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나요?

우리와 우리 부모 세대는 일단 눈앞에 놓인 모든 걸 거머쥐며 살았습니다. 보릿고개를 겪었거나 그 그늘 아래 살아온 우리는 어쩌면 그래야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2030세대가 세상의 주인이 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일단 거머쥔 다음 너무 많이 쥐었다 싶으면 슬며시 조금 내놓는 게 우리 삶의 방식으로 남아 있을까요? 저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세상이 지금 2030 친구들의 손끝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흥분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인생 100세 시대'를 살 2030세대는 평생 직업을 적어도 대여섯 차례씩 바꾸며 산답니다. 저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종종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희 중 아마 절반가량은 이 땅에 살지 않을 거라고. 일이 있는 곳이라면 지구촌 어디라도 달려갈 거라고. 그 어느 세대보다 한층 세련된 국제 감각을 갖췄고 이 세상 누구와도 공감할 줄 아는 여러분입니다. 스펙을 쌓으려거든 세계를 상대로 쌓으십시오. 조금 늦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아름다운 방황을 하십시오.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니까요.

감히 2030 친구들에게 고합니다. 새 세상을 열 사람들이 이전 세대를 배종(陪從)하는 것은 역사를 거스르는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열어젖힐 세상이 그동안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아름다우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5060 동료들의 손을 붙들어 여러분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여러분도 우리가 내미는 손을 반갑게 잡아줘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세대 갈등은 서로 간의 각별한 노력 없이는 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걷고 멀리 가려면 함께 걸으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