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7168억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우리 사회 '가족 해체'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의 크기다. 위자료·양육비 등 이혼의 사회적 비용 4조7558억원, 가정 폭력의 사회적 비용 2조3931억원, 노인 부양을 포함한 1인 가구 지원비 2조8272억원 등이다. 건강센터 운영비를 비롯한 가족 해체 예방 비용(266억원)과 청소년 범죄의 비용(7139억원)도 포함됐다. 하지만 1∼2인 가구 수가 늘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생활비 추가분,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저지른 성인 범죄의 비용 등은 비용 추산에서 제외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선주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은 개인의 심리적 상처 등을 포함하면 가족 해체의 총 사회적 비용 추산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박사팀은 가족 해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연간 약 15조원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핵가족화와 저출산 고령화가 결합한 '한국형 가족 변화'는 가족 규모가 작아지는 '가족 분리'가 아닌 가족 구조와 기능이 동시에 흔들리는 '가족 해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에서는 단순히 가족의 덩치가 작아지는 '가족 분리' 현상이 일어났다면, 한국에서는 가족 구성원 간 심리적 단절을 포함하는 '가족 해체'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이혼 건수는 매년 11만건을 넘고 있다. 2010년에는 1인 가구의 비중(23.9%)이 4인 가구 비중(22.4%)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부모 없이 조부모와 손자·손녀가 함께 사는 조손(祖孫) 가족의 수도 2005년 5만8101가구에서 2010년 11만9294가구로 갑절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족 해체는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자라나 훗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암세포 같은 것"이라고 진단한다.
가족 해체에 따른 공황과 심리적 상처가 잠복기를 거쳐 결국 이혼·가출·고독사·자살 등 현대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대체재'가 없는 가족의 해체 비용이 결국 국가와 사회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이기영 교수는 "가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교육·복지 기능의 붕괴는 가족 구성원 개인의 폭력성·극단성으로, 복지 기능 붕괴는 노인 빈곤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늘고 있는 학교 폭력, 가출, 치매 등도 근본적으로는 가족 기능의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남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목동가족치료연구소장)은 "엄밀히 따져 '가족 구조의 변화'가 아닌 '가족 기능의 붕괴'를 가족 해체로 봐야 할 것"이라며 "전통적 가족 형태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전 국가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