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화력발전소 '당인리발전소'(현 서울화력발전소)가 도심 속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이 발전소는 과거 개발경제시대의 상징이었다. 서울화력 4·5호기는 2017년 '은퇴'하고, '문화창작발전소'로 변신한다. 2016년 말까지 이곳 지하에 새 발전 및 열 공급 시설인 서울복합 1·2호기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지상에 도서관·박물관·공연장·생활체육시설을 갖춘 신개념 발전소가 탄생하는 것이다. 양수발전소나 수력발전소, 소규모 화력발전소가 지하에 건설된 적은 있지만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지하에 건설하는 것은 서울복합화력이 세계 최초다.
서울복합화력의 모델이 된 것은 영국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다. 런던 템스 강변의 뱅크사이드(Bankside)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미술관으로 개조한 시설이다. 하지만 이곳은 더 이상 전력 생산을 하지 않는다.
서울복합화력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혁신적인 개념을 적용한 것일 뿐 기술적으로 큰 무리가 없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상 발전소에 비해 공기(工期)나 비용 차이도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중부발전 김흥록 서울화력건설소장은 "사업부지 지하 30m의 암반층까지 땅을 파 발전소를 짓고, 상부를 덮으면 된다"며 "발전시설 양쪽으로 배기관을 설치해 배기가스를 빼내고 공조(空調)관리 시설을 24시간 가동해 지하 공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는 1조181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중부발전 측은 "토목공사 비용이 좀 더 들어갈 뿐"이라며 "지상에 건설하는 것과 비교해 추가비용이 10% 이내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이 처음 지하발전소 건설계획을 확정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이다. 그러나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발전소를 경기 고양시로 이전하려는 방침을 추진하다 백지화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8일 중부발전과 서울 마포구청 간 건설이행협약을 체결하고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이 인가를 받으면서 6년 가까이 끌어온 인허가 문제가 일단락됐다.
여러 난관을 무릅쓰고 발전시설을 지하화하면서까지 굳이 '도심 발전소'에 매달리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3%밖에 되지 않는다. 남해안·서해안에 집중된 대형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오느라 송전손실과 전압 불안정 등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서울에 발전소가 없으면 낙뢰·전쟁 등 비상상황이 발생해 송전선로가 타격을 입었을 때 주요 국가시설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은 "서울의 유일한 발전소로서 주변 10만 가구에 열을 공급할 수 있는 등 긴요한 시설"이라며 "기본적인 발전 기능과 더불어 세계에 손꼽히는 문화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