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예상은 예상일뿐이다. 그러나 그 예상이 실제 현상과 근접했다면 쉽게 넘길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추신수(30, 신시내티)를 향한 빌 제임스의 다음 시즌 성적 예상이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희망적인 요소가 보인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핸드북을 발간한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기록은 물론 다음 시즌 선수들의 성적 예상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단순한 예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수년간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눈여겨 볼 가치는 있다.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추신수의 2013년 성적 예상이다. 제임스는 추신수의 2013년 예상 성적으로 154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3리와 16홈런, 73타점, 80득점, 18도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3할7푼4리와 4할4푼으로 OPS는 8할1푼4리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2012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추신수의 2012년 성적과 타율과 홈런은 똑같다. 2012년 출루율(.373)과 장타율(.441)과도 역시 큰 차이가 없다. 도루(21개)가 다소 줄어든 대신 타점(67점)은 소폭 늘어난 정도다. 큰 틀에서는 2012년과 비슷한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제임스는 2011년 말, 2012년 추신수의 성적을 타율 2할8푼2리, 18홈런, 80타점, 82득점, 19도루로 예상했었다. 2011년 추신수가 부상으로 고전했음을 고려하면 박하지 않은 점수였다. 신기하게도 이 수치는 현실로 나타났다. 타율은 오차가 거의 없었고 홈런과 도루에서도 예상과 비슷한 실제 성적이 나왔다. 예상보다는 사사구가 적고 삼진이 많은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맹신할 이유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이유다.

다만 신시내티 이적이라는 큰 변수가 포함되지 않은 성적이라 실제 성적은 크게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다르다면 올라갈 가능성이 더 높다. 일단 신시내티의 홈구장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추신수의 장타력이 좀 더 향상될 수도 있다. 여기에 추신수의 뒤에는 보토, 러드윅, 브루스 등 장타자들이 있다. 추신수가 2012년 만한 출루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득점은 대폭 향상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 후 FA자격을 얻는 추신수가 제임스의 예상,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면 몸값은 얼마나 뛸까. 올 겨울 뉴욕 양키스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닉 스위셔(32)의 계약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스위치 히터라는 매력이 있는 스위셔는 클리블랜드와 4년간 총액 5600만 달러(597억 원)에 계약했다. 5년째 걸려 있는 1400만 달러의 옵션을 고려하면 5년 총액 7000만 달러(746억 원)짜리 계약으로 커질 수도 있다.

스위셔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린 검증된 타자다. 8년간 207개의 홈런과 662타점을 기록했다. 연평균 26홈런과 83타점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다만 통산 타율은 2할5푼6리, 2012년 타율도 2할7푼2리로 추신수보다 낫다고는 할 수 없다. 통산 도루 12개가 말해주듯 기동력에서는 추신수의 압승이다. 추신수가 그간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다소 손해를 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제임스의 예상대로만 되도 대박 계약은 떼놓은 양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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