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00만달러(약 390억원)의 사나이 류현진(25·LA다저스)은 입담도 괴물급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7일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통해 생애 첫 토크쇼 나들이에 나섰다. ‘야망 동자’ 광희의 표현대로 웬만한 아이돌과 맞먹을 젊은 나이인 그는 20대의 당돌하면서도 귀여운 대화법으로 야구팬이 아닌 시청자들까지 TV앞에 모이게 했다.

이만수 SK와이번스 감독, 양준혁, 이종범, 추신수, 이대호 등으로 이어져오는 ‘무릎팍도사’와 야구선수의 찰떡궁합은 또 한번 증명됐다. 거대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호감형 얼굴로 내뿜는 천진난만한 대화법은 그를 분홍색 글자와 하트그림의 자막이 누구보다 어울리게 만들었다.

날카로운 송곳질문을 하는 강호동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릎팍도사’ 게스트들의 단골 코멘트인 “여기가 혹시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는 ‘무릎팍도사’입니까?”라는 말조차 거부하고 “까꿍”을 외쳐 강호동, 유세윤, 광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야구계 아이돌로 표현하는가 하면 영어를 못한다는 강호동의 구박에도 해맑게 웃으면서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자신의 등장과 함께 "한국 야구계가 엎어졌다"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도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국내 투수들의 탈삼진 기록을 죄다 보유하고 있고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볼넷이 될 바에야 홈런을 맞으라고 교육을 받을 정도로 강심장인 그는 재치와 입담도 대단했다.

배우 홍수아와의 열애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한국야구의 위상을 떨쳤던 국제대회 뒷이야기, 전국민을 가슴 조리게 만들었던 LA다저스 입단 과정을 풀어놓으면서 흥미로운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여느 전문 방송인 못지않았다.

강호동이 “나보다 뚱뚱한 사람 처음 봤다”고 놀려대도 “얼굴은 강호동 씨가 더 크다”고 응수하는 등 마운드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앞에서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더욱이 고등학교 시절 부상입은 팔을 오진한 병원에 가서 거친 항의를 한 까닭에 주먹세계에 몸담고 있다는 루머가 있는 아버지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돌았다”, “쳐들어갔다”, “깽판”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써서 한바탕 웃음을 줬다. 자신의 생동감 넘치는 단어선택에 강호동이 자지러지듯이 웃자 그제서야 자체 검열한 단어로 정정하며 “막 던지고 있다”고 태연하게 수습하기도 했다.

이날 류현진은 “한국에서 괴물이었다. 괴물이 영어로 몬스터인데 그 말을 듣고 싶다. 한국에서 온 몬스터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당당하게 밝히며 마무리했다. 이미 실력으로 국내 야구계를 평정하고 입담으로 ‘무릎팍도사’까지 집어삼킨 류현진의 미국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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