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숙인 저축왕으로 뽑힌 신일선씨.

서울시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3000여명 중 저축률이 높은 70명을 올해의 저축왕으로 선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70명은 지난 4~11월 8개월간 5억3000만원을 벌어 3억6000만원을 저축했다.

이번에 저축왕 중 한 명으로 뽑힌 노숙인 신일선(60)씨는 사업에 두 번 연속 실패, 한강 다리에서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서울 영등포와 신촌·왕십리 일대에서 모텔 청소부로 일하다가 지난해 9월 노숙인 쉼터인 서울 구세군 서대문 사랑방에 둥지를 틀었다. 대형 운전면허증을 딴 신씨는 14t 대형 화물차를 몰고 매일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한 달 140여만원을 벌어 거의 전부를 저축했다. 사랑방에서 생활하는 1년여 동안 1120만원을 벌어 빚을 갚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했다. 신씨는 "앞으로 4년만 지나면 개인워크아웃 기간도 끝나고 그때쯤이면 대형 화물차 한 대 정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떨어져 있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날만 손꼽아 고대한다"고 말했다.

조모(여·45)씨는 매일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아이 셋을 데리고 집을 나와 여성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산후 도우미 자격증을 땄다.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아기들을 돌보며 한 달 100만원을 벌어 세 아이를 키우면서 청약저축 등에 가입, 8개월 만에 569만원을 저축했다.

시는 저축왕 중 상위 7명에게 서울시장 상장을 수여하고, 70명 전원을 내년 하반기 희망플러스 통장 가입 대상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희망플러스 통장은 본인이 저축한 금액만큼 서울시와 민간 후원단체가 돈을 보태준다. 이들 노숙인 저축왕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조건으로 매달 5만~10만원씩 3년 동안 저축하면 저축한 금액의 2배를 손에 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