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을 두고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경제민주화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힘겨루기가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에서 재벌들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 등이 반대 의견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 추진의 선봉장이기도 한 김 전 위원장이 새 정부에서 중용되느냐 배제되느냐에 따라 박 당선자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과 상관없이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의 거취에 따라 박근혜 정부 초기 권력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 끝나지 않은 신경전, 김종인 vs 이한구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존순환 출자 해소에 대한 변함없는 철학을 밝혔다. 그는 "(기존 출자를 해소하자는)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인수위를 발족하고 국정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 경제민주화도 빠질 수 없는 사안으로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자연적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월 당시 박근혜 후보가 기존순환 출자 해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자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나타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내가 인수위원장을 맡으면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절대 논의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김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쓰는 것보다 '공정한 경제'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같은 김 전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의 갈등 재연은 대선 기간 중 불거졌던 경제민주화 노선갈등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수차례 당무를 거부했으며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을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수용하지 않자 선대위 활동을 중단했다가 선거 막판 복귀하는 등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 "측근들이 알아서 뒤로 물러서야"···'김종인 카드'에 회의적 인식 많아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입지가 최근 들어 매우 좁아졌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4일 이 논쟁에 뛰어든 것도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인수위원장 인선 기준과 관련해 "영남이냐 호남이냐 그런 기준보다 첫째, 비리 전력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두 번째가 능력 문제, 굳이 따진다면 세 번째 정도가 지역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지난 93년 동화은행 뇌물 수수 사건과 관련해 실형을 받은 김 위원장을 인수위에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 캠프 출신을 인수위원장으로 앉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나타나는 점도 김 전 위원장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박 당선인의 대탕평 인사를 위해서는 캠프 출신이 스스로 물러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미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김무성 캠프 총괄선대본부장, 이학재 비서실장 등 선거 뒤 용퇴 의사를 밝히거나 잠적한 상태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캠프의 측근 출신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선거가 막 끝난 뒤인 지금 상황에서 인수위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배제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축소, 줄푸세 강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경필, 김세연 의원 등 경제민주화모임 핵심 멤버들이 인수위에 배제되는 듯한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전 위원장의 거취에 따라 이들이 집단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며 쇄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