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지배하는 미국 월가(街)에서 최근 일부 투자회사들이 수익성은 좋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투자처에서 손을 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부(巨富)와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타이탄어드바이저스(이하 타이탄)는 최근 고객들에게 "헤지펀드 SAC캐피털(이하 SAC)에 투자한 돈 전액을 회수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전했다. 타이탄이 SAC에 투자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는 헤지펀드 업계에 총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달 초엔 프랑스계 금융회사 소시에테제네랄이 자회사를 통해 SAC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1992년 설립된 SAC는 연평균 수익률이 30%에 달하는 헤지펀드 업계의 선두주자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대부분 평균 10%의 손실을 낸 작년에도 플러스 수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회사 운영으로 연기금 같은 큰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현재 이 회사 자산은 13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SAC의 전직 펀드매니저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2억7600만달러(약 30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지금까지 6명의 전·현직 직원이 불법 거래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최근엔 회사 설립자인 스티브 코헨이 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이탄 측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SAC는 여전히 좋은 회사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투자자들이 투자회사들에 압력을 행사해 고수익 투자처에서 손을 떼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18일 사모(私募)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서버러스)는 코네티컷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애덤 랜자가 범행에 사용한 소총 부시마스터 등을 생산하는 프리덤그룹의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서버러스는 프리덤그룹의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사실상의 소유주다.

프리덤그룹은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순매출액이 6억7700만달러(약 7300억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18일 전했다.

하지만 서버러스는 최대 투자자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교직원퇴직연금(CalSTRS)이 프리덤그룹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라고 요구한 지 하루 만에 프리덤그룹에 대한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18일 전했다.

서버러스는 "총기 규제와 관련한 논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투자회사로서 (총기회사 지분 매각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다"고 밝혔다.